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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주한 미대사 "北에 무력 선제공격 절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에 무력을 사용한 선제 공격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는 1일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초청으로 열린 '자유무역협정의 이정표(Roadmap to FTA)' 특강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도 가능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장 차림으로 특강장소인 이 대학 경영관 대강당을 찾은 힐 대사는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은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6자 회담과 병행한 '북한-미국'.'중국-북한' 같은 양자 회담도 북핵 문제의 빠른 해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힐 대사는 이어 "양자회담을 하더라도, 한국 정부를 배제한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학 경영학과 이필상 교수의 초청으로 마련된 이날 특강에서 힐 대사는 2일(현지시간)있을 미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부시와 케리 양 후보 모두 매우 근소한 차이를 두고 다투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 양국의 돈독한 우의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9.11이후 미국 비자발급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학생들의 지적에 대해 "출근하면서 가장 괴로운 일은 비자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는 것"이라며 "우선 비자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장기적으로 한국을 비자 면제 대상국에 포함시키는 것이 목표"라 말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힐 대사는 본래 강연 주제인 한미간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놓고 "쌀.밀 등 일부 품목에 대한 별도의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특정 품목 자체를 빼고 시작하는 FTA 협상 은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스크린 쿼터에 대해서도 "오늘날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적절한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라며 "상영일의 40%선을 한국영화로 하도록 하고 있는 스크린 쿼터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힐 대사는 'FTA체결할 경우 시장에서 미국.중국 등 제품에 한국 제품이 밀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한국의 경제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덩치 큰 이들 나라가 갖지 못한 스피드와 기술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힐 대사의 이날 강연은 예정 시간인 1시간 15분보다 20여분 가까이 넘긴 12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는 강당을 가득 메운 400여명의 학생 앞에서 "이렇게 멋진 학교에서 공부를 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배웠을 것"."딸을 고대에 보냈어야 했다"는 등의 농담을 던지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특강을 이어갔다. 학생들 역시 힐 대사의 특강에 이은 질의응답시간에 비자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한편 특강이 끝난 다음 이 대학 경영대 앞에서 20여명의 학생들이 "이라크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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