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지스 동해배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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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새 미사일방어(MD)체제의 첫 배치 지역으로 동해를 검토 중인 것은 여러가지를 고려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첫째는 기술적.정치적인 고려다. 부시가 선거공약으로 내건 MD체제 구축은 기술적으로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05년께나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구나 이는 유럽 동맹국들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등에 최첨단 레이더를 설치해야한다.

MD구축에 걸림돌이 되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조약의 폐기나 수정도 불가피하다. 이런 점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MD와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끌어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MD체제의 동해 배치 방안은 이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군사 기술.장비 개량으로 비록 제한적이지만 성과를 거둘 수 있고, 이는 부시의 재선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부시가 지난 1일 연설에서 시간이 걸리는 기존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대신에 포괄적 방어망인 MD체제 구축 입장을 밝힌 것은 이런 점에서 시사적이다.

지정학적으로 동해 배치는 태평양사령부 소속 7함대나 오키나와(沖繩)주둔 미 해병대의 지원도 받기 쉽다. 북한의 노동 미사일이나 중국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미.일의 전역미사일방어(TMD) 공동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미 해군이 제안한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해군은 MD의 해상 시스템구축 장.단기 방안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안은 미 본토방어용 MD가 실전배치되기 전의 대응책을 담고 있는 제 1, 2방안에 동시에 들어있다.

'연장된 대공방어' 라는 제1방안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제한적이지만 긴급한 방어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 해군의 제안 이유다. 북한의 코앞에서 SM-2 블록4 요격미사일로 발사단계의 대포동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지스함에 탑재된 해군지역방어(NAD)용 미사일추적시스템 또는 스파이-1B레이더가 미사일을 추적하며 자동전투 관리시스템이 이용된다.

제2방안인 '향상된 광역 우발방어' 안은 북한과 다른 '불량국가' 들의 전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해군광역방어(NTW)계획의 하나다. 제 1방안이 하층 방어용이라면 이는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4~5년 내에 북한에서 1백50~5백50㎞ 떨어진 해상에 50개의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함 두척을 배치, 대포동 미사일을 상승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자동 고도통제기능을 갖춘 요격미사일은 초당 3.1~3.3㎞의 속도로 적의 미사일을 추적하며, 소요비용은 14억~18억달러에 이른다.

해군의 이 방안이 그대로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부시의 포괄적 미사일방어 계획에 비춰보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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