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단속 '파파라치' 에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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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한 주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D도너츠 상점 앞에서 신고된 불법 유턴 차량은 4천여대.

종일 카메라 셔터를 누른 吳모(35)씨 한 사람의 실적이다. 공사로 중앙선이 지워져 법규위반으로 단정하지 못할 일부를 빼도 신고포상금은 수백만원(건당 3천원).

서울 강남의 포스코네거리.신사동 리버사이드호텔 앞.학동네거리 등 단골 위반지역에선 吳씨 같은 시민 '파파라치' 네댓명의 모습을 늘 볼 수 있다. 지난 3월 교통위반 신고포상제가 시작된 이후 신종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파파라치란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뒤쫓다 교통사고로 숨지게 하면서 유명해진 전문 사진사들.

경찰이 파악하는 시민 파파라치는 서울에만 1백여명. "대부분 실직자로 5~6명의 사진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는 것이 경찰청 관계자의 말이다. 강남경찰서 교통과 이은재 경위는 "촬영.인화.신고 등 각 단계를 분업화한 기업형 조직도 상당수" 라고 전했다.

이들의 활약은 대단해 9일까지 전국에서 50만여건을 신고했다. 그로 인해 경찰이 거둬들인 범칙금 수입은 3백여억원이고 지불된 포상금은 15억원. 하지만 이런 실적 뒤에서 경찰은 울상을 짓기도 한다.

신고 내용을 처리하는 일이 잔뜩 밀렸고, 과태료 통지를 받은 운전자들의 민원도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8만5백여건이 접수된 강남서는 지난주부터 서울경찰청에서 파견된 12명의 전담 기동반 외에 계약직 5명을 임시 채용해 사진 입력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일부 파파라치들은 '위반' 판정이 모호한 장면까지 마구 찍어와 포상금을 요구, 일부 장소에선 교통경찰이 이들을 쫓아내는 소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효식.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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