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첫사랑' 수수한 사연 풀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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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한장의 수채화 같은 깔끔한 영화다. '첫사랑' (사진)이란 제목처럼 누구나 가슴 속에 간직한 옛사랑에 대한 기억을 길어올린다. 과장되지 않은 화면에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사연을 수수하게 풀어낸다.

강렬한 붉은 장미보다 화사한 벚꽃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이기에 순간적인 격정은 없어도 그것 때문에 오히려 현실에 더 가까운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첫사랑' 은 복고풍 영화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차가워지는 신세대들의 사랑이 아니라는 뜻. 삶이 힘겨울 때마다 옛날을 되돌아 보며 허전해진 가슴을 채워보는 그런 애틋한 얘기다.

영화는 줄거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했다.

17세의 발랄한 소녀가 말기 위암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가 결혼 전에 사랑했던 남자를 찾아낸다는 내용이다. 일종의 과거 여행인 셈. 그 과정에서 사랑과 세상을 보는 소녀의 눈이 성숙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아쉽다면 등장인물들이 정형화됐다는 점. 살아 숨쉬는 인물보다 아스라한 사랑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우화 혹은 동화 같은 작품이 됐다. 일본 영화음악의 대가인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선율도 그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시노하라 데쓰오 감독. 19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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