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대종상이 남긴 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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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영화계가 대종상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종상 심사 결과에 대한 관객들의 비난이 높아지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영화계가 다시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것.

그래서 올해 대종상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화해 분위기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영화인협회와 대종상을 공동 주최한 영화인회의는 독자적으로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종상 심사 결과는 우리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무한한 호의와 사랑에 배신으로 답한 꼴" 이라면서 이춘연 이사장 등 상임집행위원 18명이 총사퇴했다.

대종상에서 절반의 역할을 한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관객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결정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의측은 영화인협회와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협회와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고 답했다.

또 회의는 앞으로 영화인협회가 백서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뒤 대종상을 계속 공동 주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영화인협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유동훈 영화인협회장은 "객관적인 눈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그 쪽이 성급한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는 또 "공동주최를 했으면 그 사안에 대해서도 같이 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덧붙였다. 협회 내 일각에서는 "왜 같이 주최를 해서 말썽을 일으키느냐" 는 감정적인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인협회는 다음주 중 대종상 심사 관련 백서가 나오는 대로 공식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으며 공청회도 계획하고 있다.

많은 영화인들은 대종상이 영화인들에 의한, 영화인들을 위한 행사인 만큼 양측이 다시 만나 논의하고 사태를 추스르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인회의가 사전 협의 없이 기자회견을 단독으로 한 데 대해 영화인협회가 결코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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