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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학교없어도 아파트 허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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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타고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을 지나다 보면 오른쪽에 대림산업의 보정리 아파트 공사현장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아파트 공사장과 다름이 없지만 총 3백65가구가 들어서는 이 아파트단지에는 진입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주택건설촉진법에는 이 정도 규모면 학교부지를 확보하고 진입로를 제대로 갖추도록 돼 있다.

주택건설촉진법을 적용하면 사실상 아파트 허가가 불가능한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업체의 아파트 건축과 분양은 위법이 아니다. 허가조건이 까다로운 사업승인 절차를 피하기 위해 50평이 넘는 아파트를 20가구 미만의 소규모 동(棟)으로 쪼개 동마다 '건축허가' 를 받아 짓는 편법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종전에는 빌라 건축에 사용됐던 이같은 수법이 용인을 중심으로 대단위 아파트에까지 활용되면서 마구잡이 개발을 가중시키고 있다.

◇ 편법 분양=주택건설촉진법 상의 사업승인이 아닌 건축법 상의 건축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경우 놀이터.노인정 등 부대시설과 기반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까다로운 국토이용계획변경을 받지 않아도 된다. 용적률과 건폐율.일조권 등만 지키면 된다.

건축허가 방식을 사용하면 분양시기와 방법도 업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실제 보정리 대림2차분은 모델하우스를 열기도 전에 70%를 사전 분양했다.

용인시에 따르면 대림측은 지난해 3월 이곳에 1차분 2백32가구를 건축허가 방식으로 지어 분양한데 이어 23일부터 2차분 1백33가구를 7개 동으로 나눠 분양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풍덕천리에서 빌라형 주택 1백70가구를, 케이엘산업개발도 죽전리에서 2백75가구를 같은 방법으로 팔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고도제한 때문에 원래 용적률이 1백%밖에 안돼 건축법으로 지어도 문제가 없고, 행정절차를 빨리 끝내기 위해 이 방식을 택했다" 고 말했다.

특히 용인에서 이와 같은 편법분양이 판치는 것은 경기도가 계획개발을 위해 마련한 국토이용계획변경 허용물량이 모두 소진돼 사업승인을 받아 아파트사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주민불편 불보듯=보정리 대림 공사현장 일대는 주거지가 갖춰야 할 도로망.유통시설이 거의 없다. 모든 것을 인근 수지지구나 분당에 의존해야 한다.

학교는 한곳도 없다. 자녀들은 구성읍이나 수지읍으로 통학해야 하지만 버스 노선도 마땅치 않다. 주거지로서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지 극동아파트 金모(44)씨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편법 때문에 결국은 인근 주민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며 "사업승인이든 건축허가든 전체 규모를 파악해 주민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는 문제가 있으나 법상 하자가 없기 때문에 건축신청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내주고 있다" 고 해명했다.

성종수.서미숙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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