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학 캠퍼스 난개발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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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시계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대학 캠퍼스의 마구잡이 개발에 서울시가 칼을 빼들었다. 주변 환경을 고려한 도시계획을 엄격히 적용, 대학내 건물과 도로 등 시설물의 위치나 높이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관악산 파괴 논란을 부른 서울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들은 그동안 녹지대를 훼손하며 건물을 짓거나 길을 내 인근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서울시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20개 대학에 건물.도로.광장 등 주요 시설물의 세부 조성계획을 마련해 제출토록 했다고 8일 밝혔다. 시는 주변 여건과 녹지 훼손 정도 등을 기준으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 계획을 심의해 개발 형태를 조절한다.

건국대.중앙대 등 7개 대학의 계획안에 대해서는 이미 심의가 끝났다. 그 결과 건국대는 녹지대를 통과하는 외곽순환도로 건설이 취소됐고 10층 예정이었던 인문과학관의 높이가 8층으로 낮춰졌다.

또 한성대는 3개 건물의 신축이 유보됐으며 학생회관의 건축 예정지가 바뀌었다. 중앙대가 10층으로 지으려던 복합 건물의 높이는 5층으로 줄었다.

시 관계자는 "자연 경관이 뛰어난 북한산.관악산.안산.개운산 등과 접해 있는 대학들이 구청으로부터 쉽게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마구 짓는 바람에 삼림 등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고 지적했다.

시는 내년까지 60개에 달하는 모든 대학에 대해 세부 조성계획 수립을 유도, 쾌적한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캠퍼스 개발에 대한 세부 조성계획 의무화 법령이 마련되기 이전에 개발계획을 세운 학교에도 이를 강제한 것은 무리" 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도시계획시설기준에 관한 규칙' 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될 때 세부 조성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하는 대상에 대학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 규정은 법 개정 이후에 신설되는 대학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신설 대학은 세부 조성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나 기존 대학의 경우 이를 강제할 근거는 없다" 며 "추가로 시설물을 조성할 경우 건축허가 심의 절차 등을 활용해 계획안을 내도록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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