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학부제 시행 재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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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대학 풍경을 보면 과연 대학이 꿈을 안고 어렵게 입학한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 곳인지 의심스럽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대학원을 주축으로 한 연구중심 대학으로 전환한다는 취지에서 시행한 학부제는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 얼마 전 불었던 학내 벤처붐처럼 대학의 정책이 사회적 추세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정작 학생들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이나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투자.육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이 고시나 자격증 취득에 매달려 학업을 등한시하고 있으며 전공 선택 때도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실용학과에만 인원이 몰리고 있다. 대학생들이 학교교육을 통해 교양을 쌓고 학문적 발전을 추구하는 게 이젠 너무도 사치스런 일이 돼버린 느낌이다.

중.고교의 '교실붕괴' 를 겪고 참된 교육을 기대하며 진학한 학생들은 또 한번 '강의실 붕괴' 라는 어려움과 만나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문제를 논할 때 입시문제만 얘기할 게 아니라 대학교육의 문제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배경만.연세대 상경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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