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서러운 이산가족] 파주 이후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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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마니…, 뵈온 지도 벌써 두달이 훌쩍 지났군요. 아직도 당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마니도 지금 이 못난 불효자식을 생각하고 계시겠지요. "

경기도 파주시 조리면 봉일천리 이후성(李厚成.76)씨가 맞는 올해의 어버이날 감회는 특별하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어머니가 북한에 살아계셔서 비록 마음으로나마 꽃 한송이를 바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 12월 한국전쟁 당시 혼자 월남한 李씨는 지난 2월 말 사흘 동안 평양을 방문해 93세의 노모를 극적으로 재회했다. 당시 치매증세로 10년째 말을 하지 못하던 어머니 장오목씨는 아들을 보는 순간 "네가 후성이냐" 며 말문을 열어 상봉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李씨가 갖고 있는 단 한장의 어머니 사진도 이 모습을 보도한 신문 사진이다.

"부디 오래오래 사시라요. 다시 뵐 수 있을 때까지…. "

7일 큰며느리인 박현옥(朴賢玉.35)씨가 사 온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사진 속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李씨의 눈에서는 이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李씨는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후 TV에서 이산가족 관련 소식만 나오면 어머니 사진을 꺼내 보며 우는 버릇이 생겼다.

李씨는 또 지난 3월 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어머니께 편지를 보낸 뒤 요즘 매일 우체통을 살피며 답장을 기다려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판문점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만든다더니 어찌 된 겁니까. "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다시 생이별의 아픔을 겪은 남쪽의 아들은 매일 매일을 어버이날로 지내고 있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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