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서울시향·뉴서울필 명칭 다툼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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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라는 명칭을 놓고 서울시향(단장 정치용)(http://www.spo.or.kr)과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단장 안당)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1991년 창단한 뉴서울필이 99년 '제2의 창단' 과 '새로운 도약' 을 내걸며 간판을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로 바꾸고 이 이름을 특허청에 등록신청하면서부터. '뉴' 라는 단어가 다른 오케스트라의 아류(亞流)같은 느낌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서울시향이 공식 영문 명칭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와 일치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입씨름끝에 지난해 9월 뉴서울필측은 등록신청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서울시티필하모닉' '서울메트로폴리탄필하모닉' 등 '서울필하모닉' 을 제외한 명칭은 써도 좋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향측이 '서울시티필하모닉' 도 서울시향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어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온 것.

뉴서울필측은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판단, 지난달 20일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의 창단공연' 을 열었고 9일까지 상연 중인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전단에도 '서울필하모닉'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서울시향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44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교향악단이 쌓아온 지명도에 무임승차하려는 뉴서울필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 이라고 밝혔다.

뉴서울필 안당 단장은 "일본의 경우 도쿄필하모닉.도쿄시티필하모닉.도쿄메트로폴리탄심포니.도쿄심포니는 모두 별개의 단체" 라며 " '서울필하모닉' 이 굳이 안된다면 '서울시티필하모닉' 이라도 허락해 주면 쓰겠다" 고 말했다.

도쿄도(東京都)의 지원을 받는 '시립' 교향악단이 영문 명칭을 도쿄메트로폴리탄심포니로 정한 것은 64년 출범 당시 도쿄필하모닉(40년 창단)이라는 민간 교향악단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내실있는 프로그램과 관객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이 때, 우리 음악계 한켠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소극(笑劇)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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