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러다간’ … 민주당 ‘이렇게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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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선거를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내가 잘하거나, 상대방이 못하거나다. 역대 선거 결과는 대개 후자다. 그래서 투표를 최선보다는 차선의 선택이라고 정치인들은 말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이 잇따른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열흘 사이 네 건이나 발생했다.

먼저 지난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프로젝트인 4대 강 사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4대 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17일 월간지 신동아가 “(MBC 인사는) 큰 집으로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는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발언이 보도됐다. 김 이사장은 논란이 커지자 사퇴했다. 하지만 야당은 “방송 장악의 마각이 드러났다”며 펄펄 뛰고 있다.

18일엔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최근의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진행방식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며 한나라당의 법원제도개선안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한나라당은 “정치적 배경이 일절 없다”고 해명했지만 유례없는 사법부의 반발 움직임이 부담스러운 기색이다. 21일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현 정권에 비판적인 스님을 강남 부자 절에 그냥 놔두면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렀다.

이 네 가지 사안은 발생 장소는 정치권 밖이지만 내용상 권력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야당 지지자들을 자극할 만한 이슈들이다.

특히 관련 당사자들이 종교계·사법부·방송 등 여론 전파력이 높은 집단이란 것도 여권에는 큰 부담이다.

한나라당에선 벌써부터 “이곳저곳으로 자꾸 전선을 확대하면 지방선거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한명숙 재판’과 ‘세종시 신안’이란 큰 고비를 넘어야 한다. 남경필 당 인재영입위원장은 22일 “실체적 진실과 별도로 자칫 정권이 힘자랑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사안은 가급적 자중자애해서 정권심판론이 불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상공세 나선 민주당=민주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우상호 대변인은 “김우룡 사태, 명진 스님 사건 등은 각각 게이트로 발전할 수 있거나 종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사건”이라며 “다방면에서 공격할 거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쟁점을 4월 국회는 물론 지방선거까지 끌고 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세균 대표는 “6·2 지방선거에서 이 정권을 심판하는 길만이 4대 강 사업을 저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명진 스님 발언 논란에 대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종교지도자를 교체하려는 것은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와대·방문진의 MBC 장악 진상규명특별위’도 구성할 예정이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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