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흔드는 에미넴 목소리 국내공연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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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에미넴 돌풍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2000년대 최고의 팝스타로 부상한 올해 스물일곱살의 이 백인 래퍼로 인해 랩을 앞세운 흑인음악이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 대중음악의 신주류로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에미넴은 한국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성.동성애자를 비하하고 폭력을 조장한다며 그와 그의 음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올여름 한국 공연도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 21세기의 엘비스 프레슬리?=에미넴이 지난해 내놓은 2집 '더 마셜 매더스 LP' 는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8백만장이 넘게 팔렸다. 1999년 내놓은 1집 '더 슬림 셰이디 LP' 의 미국내 판매량은 2백만장이었다.

흑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랩을 흑인 래퍼들보다 더 잘하는 이상한 백인쯤으로 여겨졌던 데뷔 초기 평가를 딛고 당당한 정상의 뮤지션으로 올라선 것이다. 불법무기 소지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소식, 여성잡지 '코스모폴리탄' 영국판에 누드 사진이 실린다는 뉴스 등 그와 관련한 이야기는 연일 외신에 오르고 있다.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 딕 체니 부통령의 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을 천천히 살해하는 것에 대해 떠벌이는 가수" 라며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하는 등 특히 보수층의 에미넴 혐오는 심각한 정도다.

대중음악계 역시 그를 절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4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는 랩 관련 주요 3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러나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상이 예상 밖으로 그가 아닌 노장 그룹 스틸리 댄에게 돌아간 데 대해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노래를 통해 '엿이나 먹어라' 며 그래미를 조롱한 에미넴을 그래미가 엿먹인 것" 이라고 해석한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에미넴의 음악적 영향력은 탄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실력파 여성 싱어송라이터 다이도는 에미넴이 '스탠' 에 그녀의 노래 '생큐' 를 샘플링한 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비로소 주목받았다.

대중음악평론가 이종현씨는 "에미넴 노래의 최대 매력은 가사의 상황 설정과 묘사가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극적이라는 점" 이라고 설명했다.

◇ 에미넴 한국 올까=에미넴 2집은 한국에서 지금까지 9만1천여장이 팔렸다. 1백만장을 거뜬히 파는 댄스.발라드 국내 가수들이 여럿인 상황에서 별 것 아닌 듯하지만 음반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다. 현재 한국 팝 음반시장은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음반사가 가수에게 주는 일종의 상패인 플래티늄 디스크의 기준이 미국은 1백만장인 반면 한국 팝음반은 6만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에미넴의 국내 인기는 정상급이다.

에미넴은 인기곡 '스탠' '더 리얼 슬림 셰이디' 등의 연주곡과 리메이크곡.뮤직비디오 등이 담긴 보너스 CD를 집어넣어 다시 만든 2집을 이달 중순 전세계에 재발매할 예정. 이를 계기로 국내 음반 판매량도 좀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미넴이 소속된 레코드사 유니버셜 관계자는 "오는 7월 일본에서 열리는 후지록페스티벌에 에미넴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맞춰 국내 공연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밝혀 그의 한국 공연이 성사될지 관심이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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