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플린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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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능검사는 20세기의 산물이다. 프랑스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비네가 1905년 처음 고안했다. 취학연령에 이른 아동들 중에서 정신지체아를 가려낼 목적이었다. 검사자는 30개 항목의 문답식 검사를 통해 피검자의 정신연령을 측정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루이스 터먼 교수는 이를 발전시켜 1916년 스탠퍼드-비네 방식을 선보였다. 피검자의 정신연령을 생활연령 즉 실제연령과 비교해 이를 백분율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0세 아동이 13세 수준의 지적 능력을 보였다면 지능지수(IQ)는 1백30으로 표시된다.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은 지능검사를 보편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 육군은 단시일 내 대규모로 장병을 선발할 필요성에 직면하자 스탠퍼드-비네방식을 응용한 필기식 지능검사를 개발했다. 이른바 '육군검사' 는 언어능력.수리력.추리력.공간지각력 등 네가지 하위요소로 구성된 현대식 지능검사의 원형이 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한국판 최신호(5월 9일자)는 아동들의 IQ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1932년 미 아동들의 평균 IQ를 1백이라고 했을 때 요즘 아동들의 IQ는 1백12라고 한다.

세대변동에 따른 인간의 지적능력 향상이론은 이미 84년 '플린 효과' 란 이름으로 제시됐다. 뉴질랜드의 정치학자인 제임스 플린 박사는 미 신병 지원자들의 IQ 검사결과를 분석해 미국 신병들의 평균 IQ가 10년마다 3점씩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87년 14개국으로 대상을 확대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벨기에.네덜란드.이스라엘에서는 한 세대, 즉 30년 만에 평균 IQ가 20점이 올랐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을 일으킨 결과로 보이지만 명쾌하게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요즘 주변을 보면 똑똑한 어린이들이 참 많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읽고, 쓰는 건 기본이고 어휘력도 뛰어나 못하는 말이 없다. 셈도 잘하고 간단한 생활영어까지 할 줄 안다. 컴퓨터도 장난감 다루듯 한다. 악기면 악기,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다.

영악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플린 효과' 탓도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부모들의 높은 조기교육열을 생각하면 부모 세대보다 IQ가 높은 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대학 신입생들의 수학능력이 갈수록 떨어져 걱정이라니 잘못된 교육제도가 '똑똑한 바보' 들을 양산하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배명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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