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어린이날 선물로 심장병 자매 '새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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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민지가 어서 수술을 받아 함께 뛰놀았으면 좋겠어요. "

"생각하지도 못했던 큰 선물을 준 친구들이 정말 고마워요. "

5일은 어린이날. 농촌학교 학생들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인터넷 모금운동 등을 펼쳐 거액의 수술비를 어린이날 선물로 마련했다.

학생수가 58명에 불과해 내년에 폐교하는 광주시 남구 양과동 대촌동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이 학교 4학년 양민지(10)양 돕기에 나선 것은 지난 3월말. 심장병을 앓아 평소 잘 어울리지 못하던 민지가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기로 했으나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정밀진단 비용 1백만원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는 사정을 전해 듣고 학년 대표들이 모여 민지 돕기를 결의한 것.

그러나 학생 수가 워낙 적고 대부분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모금운동은 별 성과가 없었다. 역부족을 실감한 어린이회장 박동헌(12)군 등은 이웃의 도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4월 12일 인근 초등학교들의 회장 50여명이 모인 자리에 나가 지원을 호소했다.

"여러분 우리 민지 좀 도와주세요. 네살 때부터 심장병 때문에 뛰놀지 못하고 먼 거리는 걷지도 못합니다. 민지네는 남의 논을 빌려 짓는 농사로 어렵게 사는 생활보호대상자입니다. "

그리고 컴퓨터를 잘 하는 학생들은 인터넷에 들어가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민지를 살려주세요' 라는 글을 올렸다.

반응은 예상 밖으로 컸다. 지난해 9월 전근간 이정순 교감선생님이 근무하는 유안초등학교에서 1백70만원을 보내오고, 이웃 유치원 꼬마들도 1만3천4백80원을 가져왔다. 또 농협.동사무소.교육청 직원과 기업인, 독지가 등의 성금도 잇따랐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함께 지난 1~3일 민지 돕기 바자를 열었다.

이렇게 모은 돈이 4일까지 약 1천3백만원. 대촌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예상보다 많은 돈이 확보되자 역시 후천성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민지양의 동생 수민이도 함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기로 했다.

어린이회장 朴군은 "모금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민지 진단비라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며 "많은 분들이 우리 학교 학생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어린이날 선물을 준 것" 이라고 기뻐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어머니 최성자(崔成子.37)씨는 "가난이 죄라고, 애만 태웠을 뿐 엄두조차 못내던 수술을 한꺼번에 시키게 돼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며 눈물을 흘렸다.

광주=이해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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