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 대통령, 지지자들 달래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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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강온 양면책을 구사하며 정국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폭동 주모자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하는 동시에 에스트라다 지지층을 달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아로요는 3일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이 구금된 마닐라 교외의 특별감옥을 전격 방문해 에스트라다와 면담했다. 아로요는 TV화면을 통해 에스트라다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지난 1일 유혈폭동을 일으킨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아로요와 에스트라다가 얼굴을 맞댄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이 정.부통령으로 함께 재직하던 때도 등을 돌리고 만나지 않다가 감옥에 구금된 후 그를 찾은 것만 봐도 아로요의 민심수습을 향한 고민을 드러내준다.

에스트라다 측근인 리카르도 비다 추기경의 권유로 감옥을 찾은 아로요는 에스트라다와 서로 '대통령' 이라고 부르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0여분간 대화했다. 하지만 대통령 대변인은 "절대로 (정치적인) 흥정은 없었다" 고 말했다. 한편 폭동교사 혐의로 체포명령이 내려진 11명에 대한 검거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헤르난도 페레즈 법무장관은 4일 "아로요와 에스트라다 두사람 모두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었다" 고 밝혔다.

페레즈 장관은 "음모 가담자들은 에스트라다를 살해한 뒤 책임을 정부에 물으려 했다" 며 "그 뒤 이미 폭동혐의로 체포된 후안 폰세 엔릴레 상원의원(전 국방장관)을 새로운 대통령으로 세울 계획이었다" 는 첩보를 공개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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