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전업주부 노동가치 통계 작업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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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월 1백만원을 받는 가정부가 집주인인 총각과 결혼한다고 치자. 결혼하기 전에는 가정부의 소득이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되지만 결혼한 뒤 전업주부가 되면 더 많은 일을 해도 GDP에 잡히지 않는다. 같은 일을 하지만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평가받지 못하며, 정책적 측면에서도 무시당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전통적인 국민소득 통계가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시정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앞으로 1~2년 안에 국민계정의 보조계정으로 여성의 가사노동가치를 포함한 가계계정을 만들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3일 "여성개발원이 산정한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토대로 가사노동이 전체 국민소득 및 가계소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알 수 있는 통계를 새로 만들 계획" 이라며 "가사노동 가치를 GDP 통계에 직접 반영할 수 없지만 보조계정으로 만들어 정부의 여성정책이나 복지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본지 4월 26일자 29면>

한은은 올 하반기부터 여성부와 협조해 주부의 무급노동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의 전체적인 틀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은은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1997년 가사노동 가치를 반영한 결과 GDP가 24%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전업주부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가사노동의 GDP 기여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앞서 여성개발원은 지난달 27일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월평균 85만6천~1백2만6천원으로 산정했으며, 통계청은 99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가 1백7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여성개발원 김태홍 부장은 "가사노동 가치가 정확히 측정되고 정부 통계에 반영된다면 정부도 탁아나 주부의 직업훈련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쏟고 예산도 배정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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