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과 투신권 하이닉스반도체 지원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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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투신권이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지원에 부정적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은행권이 투신권 참여를 전제로 한 지원 방안을 만들어 은행과 투신권이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외환은행 등 17개 은행은 3일 오후 채권단 협의회를 열어 투신권이 하반기에 7천6백억원의 하이닉스반도체 회사채를 인수하도록 추진하는 대신 전환사채(CB) 1조원은 은행권이 전액 인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투신권이 지원 참여를 확정하면 곧바로 이같은 지원안을 정식 의결하기로 하고 이날 회의를 마쳤다.

채권단 관계자는 "투신사들이 지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지만 분담액을 두고 의견이 달라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며 "투신권과 다시 협의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지원안을 확정하겠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요 투신운용사들은 2일에 이어 3일 오후에도 대책회의를 열어 하이닉스반도체 지원 문제를 협의했다. 투신사들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고객들의 동의가 없는 회사채 인수는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형 투신운용사의 임원은 "만약 인수한 하이닉스반도체 회사채를 하이일드나 채권담보부증권(CBO)펀드 등에 편입할 경우 투자자의 환매가 집중돼 투신권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투신사들은 하이닉스반도체 회사채의 인수에 참여하더라도 ▶인수 금액을 3천억~4천억원대로 줄이거나▶만기를 3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전액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과 투신사들은 현재 현대건설 출자전환 참여를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정제원.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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