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 원 내놓으니
소주 세 병에
두부찌개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것 나눠 자시고
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 받았네그려!
- 고재종(1957~ )의 '파안'
한 장의 스냅사진 같은 시다. 시인이 시에 개입하여 대추 놔라, 밤 놔라 굳이 많은 말을 하지도 않는다. 독자의 머릿속에 말끔한 장면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시는 대체로 좋은 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두부찌개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이 보이지 않는가.
이 시에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지만 주모의 환한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가.
안도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