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고재종 '파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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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마을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 원 내놓으니

소주 세 병에

두부찌개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것 나눠 자시고

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 받았네그려!

- 고재종(1957~ )의 '파안'

한 장의 스냅사진 같은 시다. 시인이 시에 개입하여 대추 놔라, 밤 놔라 굳이 많은 말을 하지도 않는다. 독자의 머릿속에 말끔한 장면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시는 대체로 좋은 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두부찌개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이 보이지 않는가.

이 시에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지만 주모의 환한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가.

안도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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