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home&] 인간 문화재 9명이 뭉친 전주 전통공예 브랜드 ‘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2면

현대적 디자인으로 탄생한 서랍장(위)과 현대생활에 맞게 개조된 사방탁자가 놓인 침실.

‘온(onn)’이라는 전통공예품 브랜드가 있다. 전북 전주시의 전통공예 명장들이 두루 모여 만든 작품들을 파는 브랜드다. 이 고을의 지금 이름인 전주의 전(全)과 과거의 이름 완산(完山)이 모두 우리말로 ‘온전하다’는 뜻이므로 ‘온’이란다. 백제의 중심지로서 풍요를 구가하던 시절, 융성한 문화로 주변국을 압도했던 자부심을 담았다고 했다. 2007년 브랜드 출범 이래, 이듬해엔 이태리 밀라노 가구 페어와 프랑스 메종 드 오브제에 참가했다. 이 브랜드는 원래 전통가구에서 시작됐다. 경원대 실내건축학과 김백선 교수가 전통을 재해석해 디자인하고, 무형문화재 조석진 명장이 제작을 맡았다. 여기에 전주시가 나서서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이 백제 위례성의 새 궁궐에 대해 기록한 내용이다. ‘천년전주명품 온’의 가구는 바로 이 정신을 계승했다. 좋은 나무를 골라 공들여 깎고 다듬고 칠했다고 했다. 옛 가구 모양 그대로는 아니다. 현대적 디자인에 가구를 짜는 전통 방식이 결합했다. 단단하고 촘촘한 흑단나무로 골격을 짜고, 가볍고 습기 조절 효과가 있는 오동나무로 밑을 깔았다. 못을 쓰지 않는 전통 짜맞춤 기법으로 몸과 몸을 이었다. 민어의 부레를 고아 만든 부레풀로 풀칠했다. 연한 표면을 태워 나뭇결을 살리고(‘낙동법’) 옻칠로 마무리했다. 전통적인 내용으로 현대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가구마다 이름도 있다. 사방탁자에는 ‘마음을 다스린다’는 뜻의 ‘심재(心齋)’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실장에는 ‘자연스럽다’는 의미의 ‘연(然)’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가구들을 제작한 조석진 명장은 전통방식으로 가구와 생활소품을 만드는 ‘소목장(小木匠)’이다. 젊은 날, 도제수업 끝에 세계기능올림픽에 나가 우리나라 사람으론 처음으로 가구 부문 금메달을 땄다. 큰 브랜드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지역에 남았던 만큼 전통방식에 대한 애착과 계승 의지가 남다르다.

전주시가 ‘온’이란 이름으로 불러모은 명장들은 하나 같이 이런 사연을 갖고 있다. 침선장 최온순, 한지발장 유배근, 옻칠장 이의식 선생을 비롯한 9명의 인간문화재들이다. 시는 공예명인관을 열어 장인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에선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더 플레이스’ 매장에서 전시·판매한다. 인터넷 홈페이지(www.onnlife.or.kr)에서도 둘러볼 수 있다. 사방탁자 하나에 2600만원, 거실장은 2200만원 선이다.

이진주 기자, 사진제공=‘천년전주명품 온(onn)’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