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문협회 티모시 볼딩 총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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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언론의 자유가 세계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언론자유의 날(3일)을 맞아 파리에 본부를 둔 세계신문협회(WAN)의 티모시 볼딩 사무총장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올해 언론자유의 날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기본권인 언론자유가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국제사회 차원에서 재확인한 '빈트후크 선언' 10주년을 기념한다는 데 큰 뜻이 있다.

이 선언은 1991년 5월 3일 유엔과 유네스코 주관으로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서 열린 포럼에서 채택됐다. 특히 중대한 인권침해인 언론검열을 금지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으며 언론자유를 헌법에서 보장할 것을 모든 국가에 요구했다. "

- 세계 언론자유의 현황을 평가한다면.

"지난 수십년 동안 언론자유는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는 지난 10년간 전세계 국가 중 언론이 최소한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 나라 수가 3분의2로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러시아 등 상당수 국가에서 자유언론을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세무당국이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사들을 조사하고 있어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상황 진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신문사들을 탄압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장했으면 한다. "

- 언론자유에 가장 심각한 위협요인은.

"많은 나라들에서 언론자유와 관련있는 정치 상황은 좋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탄압 역시 그만큼 교묘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오늘날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들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독재적인 국가들은 '명백히 현존하는' 억압을 감추기 위해 사법당국의 손을 빌리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그 사법당국이 정부의 통제하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자들과 출판물에 대한 폭력도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쟁과 종교적 갈등,점점 늘고 있는 조직범죄에서 비롯된다. 불행히도 이같은 범죄집단들은 흔히 정치인이나 경찰 등 공권력이나 부패한 법조인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

- 언론자유의 신장에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막는 국가들에 단호하게 맞서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결의나 실제적인 참여를 통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나라들에 대해 무역규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또 선진국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경제발전의 기회가 적었던 국가들을 (재정적으로)지원한다면 이들 국가의 언론은 정치.경제.사회적인 변화를 거쳐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으로 발전할 수 있다. "

- 언론자유의 발전을 위한 WAN의 역할은.

"언론자유와 이를 위한 기본요건인 언론의 경제적 독립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WAN은 전세계 93개국에서 1만7천개 이상의 신문.통신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언론기구다. 1948년 설립 이후 국제적인 언론자유 감시활동과 국가간 또는 언론사간 상호협력, 개발도상국 언론 지원 등의 활동을 펴오고 있다.

특히 많은 나라에서 정부가 출판물의 인쇄와 배포를 통제하고 있으며, 정부 소유의 언론에 특혜를 베풀기 위해 독립 언론을 희생시키고 있다. WAN은 개별국가 차원의 신문협회 창설 지원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독립 언론들을 지원 중이다. "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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