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깨끗한 환경 오히려 천식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천식이 늘고 있다. 천식이란 집먼지진드기 등 알레르기 물질이 공기를 통해 들어올 때 기관지가 수축해 호흡곤란과 기침,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는 질환.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10년마다 환자 수가 20~50%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홍콩에선 아태지역 천식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다국적 제약기업인 그락소 스미스클라인이 주관해 아태지역 8개국 13개 도시 3천2백명을 조사한 국제연구(AIRIAP)가 그것이다. 발표내용을 중심으로 최근 밝혀진 천식치료 동향과 증가 원인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 왜 늘고 있나=전세계 천식환자 수는 1억5천만명이며, 해마다 18만여명이 천식으로 사망한다. 천식이 늘고 있는 이유는 대기오염의 악화. 차량의 매연과 담배 연기는 천식의 중요 원인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장에선 현대식 주거환경과 청결한 위생도 천식의 원인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AIRIAP 회장인 홍콩의 라이박사는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 등 밀폐된 공간과 음식.생활도구 등이 철저하게 소독이 된 환경에서 자라면 성인이 되어 천식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 밝혔다.

나이들어 오염물질에 노출될 경우 면역체계의 이상을 초래해 기관지가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일부러 더럽게 살 필요는 없지만 천식예방을 위해선 자녀들에게 흙과 나무 등 자연환경에 익숙해지도록 야외활동을 권장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우리나라 6~7세 어린이의 천식환자 비율은 13.3%. 아시아 8개 국가 중 싱가포르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청소년기인 13~14세엔 7.7%로 낮아졌다.

어릴수록 천식환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갓난아기부터 천식 유발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증거. 대기오염이 심한 도심의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천식이 많은 이유로 지적됐다.

◇ 문제점은 무엇인가=천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천식환자의 95%가 지난 4주 동안 기침과 쌕쌕거림.숨가쁨 등을 경험했고 이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44%는 지난 1년간 병원에 입원하거나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호송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환자의 60%가 가장 기본적인 천식 진단인 폐기능검사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80%가 천식의 원인이 무엇인 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을 질질 끄는 감기로 오인하는 등 천식 자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 최신 치료동향은=지금까지 천식은 기관지가 수축해 숨쉬기 어려운 질환으로 생각해왔다. 치료 지침도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약물 위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날 발표장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천식을 알레르기 질환보다 염증 질환으로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대 의대 내과 김유영교수는 "천식의 시작은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기관지 수축이지만 고질병으로 악화하는 것은 기관지 점막에 생긴 염증을 방치하기 때문" 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초기부터 염증을 억제하는 흡입분무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 이번 조사에선 천식환자의 91%가 흡입분무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교수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주사제나 먹는 알약만 약으로 생각하지만 천식의 경우 의사의 처방을 거친 흡입분무제의 적절한 사용이 최선" 이라고 말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