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성암 100% 완치에 도전한다 ④·끝 - 강남세브란스병원 부인암클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강남세브란스 암전문병원 부인암클리닉 김재훈 교수가 여성 생식기에 생길 수 있는 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궁암과 난소암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예방검사가 중요하다. 불규칙한 출혈이나 생리·질 분비물이 있는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난소 최대한 살려 삶의 질 높이도록

부인암은 여성의 생식기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어떤 암보다 의료진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예컨대 미혼이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출산 전인 여성은 임신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강남세브란스 암전문병원 부인암클리닉은 환자의 나이와 결혼·출산 여부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펴고 있다.

한때 바텐더로 일했던 김혜련(가명·29)씨. 지난해 자궁경부암을 진단받고 고민에 빠졌다. 자궁의 주변 조직을 모두 들어내면 아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집도의의 실력은 이럴 때 돋보이게 마련. 그녀를 수술한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 김재훈 교수는 암세포가 침범한 자궁경부를 절제하면서도 남은 자궁과 질 부위를 연결해 임신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김씨는 최근 임신에 성공해 감사의 뜻을 전 했다.

맞춤 치료는 가임 능력과 더불어 여성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자궁경부암에 발생한 암세포를 파괴하기 위해 쓰는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가 전이되지 않은 난소에 영향을 미친다. 난소가 기능을 잃으면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폐경기 이후 나타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젊은 나이에 골다공증이나 안면홍조·불면증으로 시달리는 것이다. 따라서 난소를 제거한 여성들은 평생 여성호르몬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김재훈 교수는 “여성이 암 치료 후에도 여성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이 경우, 난소의 위치를 바꿔주는 수술을 한 뒤 방사선을 쪼이면 난소의 기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에 영양을 공급하고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난소는 몸 중심부를 흐르는 대동맥과 연결돼 있다. 이 혈관을 떼어내(박리) 복강의 앞쪽 벽에 심어주는 수술을 한다는 것이다. 자궁 입구가 아닌 자궁 체부에 생기는 자궁내막암은 난소까지 암이 전이된 경우가 많고, 여성호르몬이 암세포를 키울 수 있어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없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교한 로봇수술로 치료성적 높여

생명을 다투는 수술에는 단 1%의 성적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여성에겐 더욱 그렇다. 복강경 수술이나 다빈치 로봇수술이나 비용 대비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 김 교수는 “암 치료는 생사를 넘나들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면 단 2%의 향상 능력으로도 가치가 있다”며 “두 수술은 정교함에 있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직선만 가능한 복강경 기구와 달리, 로봇팔은 직선과 곡선 수술이 자유롭다. 바늘로 조직을 떠서 위로 치켜올릴 때 곡선이 훨씬 세밀하게 표현된다.

부인암 수술에서는 그동안 복강경이 전통이었으나 최근 미국에선 다빈치 로봇수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2년 전부터 다빈치 로봇수술을 적용한 부인암 건수가 그동안 가장 많은 적용건수를 기록했던 전립선암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로봇이란 신기술 말고도 부인암클리닉의 또 다른 장점은 새 항암제를 남들보다 1~2년 앞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부인암학회 가입기관(GOG)인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서울대병원에 이어 가장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이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에게 적용되기까지 0상·1상·2상을 거쳐 효과를 인정받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제약사가 엄청난 투자금액을 들여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에 대한 웬만한 자신감 없으면 못한다는 것이다.

이주연 기자


[인터뷰] 손승국 암병원장
“갑상선암 박정수 교수 등 최고의 전문가로 특화했다”

“어떻게 이 상태의 환자를 수술할 수 있었는지. 허허.”

갑상선암 환자의 수술 전후 사진을 들여다보던 강남세브란스병원 손승국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사진)은 의료진 자랑에 여념이 없다. 갑상선암이 기도와 식도를 넘어 종격동의 임파선까지 전이돼 심장 근처 주요 신경과 혈관까지 번진 사례였다.

암이 퍼져 숨도 제대로 못 쉬는 환자를 갑상선암클리닉 장항석 교수가 20시간의 사투 끝에 살려낸 것. 세계적으로도 몇몇 갑상선 대가들만 한다는 이 수술을 46세 젊은 외과의사인 장 교수가 가장 많은 건수를 갖고 있다. 외국 병원에서도 환자를 보내와 일주일에 1건 정도 수술을 할 정도다.

손 원장은 “암은 특히 의료진이 누구냐에 따라 치료 성적과 재발률이 다르기 때문에 대가를 모시고 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갑상선암의 대가인 박정수 교수가 오면서 환자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유방암센터의 이희대 교수도 환자가 몰려든다.

손 원장은 “갑상선암과 유방암 치료가 입소문을 타면서 여성암을 특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암전문병원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월 말 새 시스템을 정비하고 진료에 들어간 암전문병원은 갑상선과 유방암은 2개 센터로 집중화하고 부인암·위암·대장암·간암·폐암·비뇨기암·췌담도암은 7개 클리닉으로 구성해 전문 의료진을 체계적으로 배치했다.

주변 대형병원과 다른 경쟁력을 위해 진료서비스를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바꿨다. 환자가 있는 진료실로 의사가 찾아가는 시스템과 암환자의 영양을 고려한 조리실습실이 대표적. 대기시간에는 전문 코디네이터와 진료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상담할 수 있으며, 곳곳에 놓인 안마기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손 원장은 “암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프로그램과 암별 통합 진료인 다학제 간 진료시스템을 갖췄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이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