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경찰조직 지방자치·기동화 서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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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다.

경찰개혁은 부정부패를 없앤다는 측면 외에 민주화를 촉진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도시화와 사회의 다변화에 따라 경찰에 대한 기대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질서유지.범죄통제.법률집행 등 전통적인 경찰업무 외에 봉사업무를 추가해야 할 정도다. 앉아서 시민의 방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찾아나서는 기동력 있는 경찰이 요구된다. 조직구조 및 관리상의 경찰개혁이 필요하다.

경찰의 비리를 척결하려면 경찰을 지역사회 중심의 '민중의 지팡이' 로 바꿔야 한다. 경찰관이 지역주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주민이 경찰을 감시해야 경찰의 궤도이탈을 막을 수 있다.

비간부직 경찰의 자질도 향상시켜야 한다. 한국 같은 명목사회에서 비간부들이 관리자 계층이 될 수 없다면 유능한 젊은이들이 경찰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경찰개혁을 위해선 우선 경찰의 지방자치제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경찰의 기동화도 시급하다. 상주(常駐)형인 파출소제도를 과감히 철폐하고 순찰활동 중심의 기동경찰로 조직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현대경찰의 아버지 로버트 필의 말처럼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는 경찰' 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사제도의 개혁을 통해 간부의 횡적 유입을 제한해야 한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데일리 시카고시장은 버클리 형사대학원장인 윌슨을 경찰국장으로 초빙, 경찰개혁을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의 상층부가 동질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서 개혁에 실패했다.

최근 경찰 내 특정대학 출신의 집단행동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간부의 횡적 유입은 어느 정도 필요하나 다양한 사람들이 경찰조직에 들어갈 수 있어야 개혁이 가능하다.

김보환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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