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 '마당발 인맥' 군 비호세력도 많은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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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병역비리를 주도한 박노항 원사는 각종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인맥 관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헌병 등 군 출신 일부 인사들이 사적으로 만든 '○○회' 등이 그런 모임이다. 朴원사는 이 모임 회원들과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해왔으며 수사 당국은 잠적 이후 朴원사의 행적을 캐는 과정에서 회원 5~6명을 조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과 국방부 검찰단은 朴원사 검거를 계기로 그가 관여해온 모임에서 朴원사의 병역비리에 개입된 인사들이 다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 군내 '비호세력' 들=朴원사의 도피 직후 3~4개월간 그와 만나 소환대상이 된 헌병 동료 3~4명 등이 일단 군내 인맥으로 꼽힌다. 朴원사와 업무상 관련이 있던 헌병 수사관.군의관.의정 하사관 등이다. 朴원사는 도피 직후 이들과 술을 마시며 "억울하다" 는 등의 심경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이들이 朴원사에게 군 수사당국의 수사현황을 알려줬을 가능성과 朴원사의 병역비리에 협조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군검찰은 朴원사를 적극적으로 돌봐준 선배인 헌병 준위 출신 B씨(60)도 주목한다. B씨는 국군수도통합병원에 파견수사관으로 근무했었다.

B씨는 현역 시절 준위이면서도 '준장' 이상으로 행동했으며, 군의관들의 인사에 관여한 흔적도 있다고 군 검찰 관계자가 말했다.

군검찰은 朴원사가 4~5년간 통합병원 수사관 자리에 있었던 데에 당시 합조단 수뇌부의 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파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朴원사는 1995년 3월부터 1년간 모대학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녔다.

대학원 관계자는 "수강생들이 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표들이었는데 현역 군인이 등록해 의아해했다" 고 당시를 회상했다. 朴원사는 재학 중 동기회 총무를 맡는 등 활발히 활동했고 또 98년 5월 수배되기 전까지 동기모임이나 총동문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동문들은 전한다. 동기생들은 대부분 그를 "동기 모임에서 돈을 많이 쓰는 현역 군인" 으로 기억했다.

◇ 다른 인맥들=朴원사는 동창모임인 '○○○회' 에서도 총무를 맡아 활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 당국은 朴원사가 이런 사조직을 통해 병역을 면제받으려는 사람들을 물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朴원사는 또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朴모.崔모씨 등과도 개인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주변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한 수사 관계자는 "병역비리에 관련된 병원 관계자들이 朴원사의 '한마디' 에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진도 놀랐을 정도" 라고 말했다.

김민석.손민호.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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