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우승, 꿈★은 이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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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무 총감독이 축구영재들을 어떻게 교육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2일 준공식을 가진 용인축구센터(yonginfc.com) 홍보책자 표지엔 이런 글귀가 쓰여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우리들의 순항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월드컵 4강 재현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월드컵 우승이죠." 그들은 서슴치 않고 답했다.

이 센터 허정무 총감독에게 그 꿈을 이룰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첫째도 둘째도 기본기입니다."

용인축구센터의 교육방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본기단련이다. 기본기 없이는 한국축구의 '문전처리미숙' 고질병은 영원히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센터관계자들의 믿음이다. 동시에 이곳에서 훈련중인 200여 청소년 축구영재들이 체득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양지 IC로 빠져 원삼면쪽으로 20여분을 달리면 독성마을 숲속에 시원스런 잔디구장과 건물이 나타난다. 한국축구발전을 위해 용인시가 300억원을 투입해 준공한 국내최초 선진국형 청소년(중고교) 축구클럽이다.

지난 2001년 6월 건립계획을 발표한 후 그해 8월부터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생들을 상대로 교육생을 받기 시작해 현재 198명의 축구꿈나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오전에는 부근 중고교에서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이곳으로 돌아와 축구수련을 한다. 숙식도 여기서 해결하고 집에는 주말에만 간다.

▶ 용인축구센터 전경

센터 정문을 들어서면 좌우측에 짙푸른 잔디구장이 펼쳐진다. 좌우로 둘러보니 천연잔디구장 2곳, 인조잔디구장 3곳등 5곳나 된다.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잔디구장을 가진곳은 이곳뿐인듯 싶다. 정면엔 국내 최고 최대 시설을 자랑하는 축구영재들의 요람인 센터 본관건물이 중간중간 파란색을 뽐내며 우뚝 섰다. 이곳엔 학생들의 기숙사, 세미나룸,강당, 물리치료실, 식당, 탁구대, PC룸, 체력단련실등이 있다. 국내 어느 대학기숙사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설이 최고 수준이라는 게 박세원 기획실장의 설명이다. 우측엔 축구전시관이 축구팬들의 관람을 기다린다. 들어가보니 한국축구의 역사가 한눈에 잡힌다. 해방이후 월드컵 참가 역사에서 2002년 월드컵 4강신화까지 관련 사진과 선수들의 정보와 유명선수들의 소장품까지 전시돼 있다.

사무실에 들러 허정무 총감독을 만났다. 그는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온몸을 불사른 장본인다.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했다.

-용인시가 어떻게 3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센터를 건립했나.

"축구인생을 살면서 한가지 소망이 있었다. 한국축구 미래를 위한 청소년축구센터 건립이었다. 청소년축구를 양성하지 않고는 한국축구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수년전부터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협력을 구했다. 몇개 자치단체는 부지제공을 약속하면서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센터건립을 위한 공사비는 선뜻 내놓지 않았다. 액수가 너무 커 부담이 되서다. 그러던차에 용인시 이우열 시의장과 만나 의기투합했다. 축구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센터가 향후 가져올 경제,문화적 효과를 감안해 용인시가 적극나섰다. 국가를 위해서, 용인시를 위해서 잘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

▶ 용인축구센터에는 천연잔디구장 2곳, 인조잔디구장 3곳 등 축구장만 5곳이 있다.

- 국내 각 프로구단에도 청소년 축구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축구센터와 뭐가 다른가.

"프로구단의 축구프로그램은 구단에 필요한 청소년선수를 뽑아 훈련시킨다. 당연히 숫자가 제한적이고 잠재력보다는 빠른 시일내에 당장 실전에서 뛸 수 있는 선수를 원한다. 또 구단의 관심이 현재 선수에 집중돼있고 필요한 선수 스카우트에 쏠려있다. 그러나 이곳은 처음도 끝도 축구교육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이다."

-외국에도 이런 센터가 있나.

"프랑스에는 전국에 6곳의 축구기술센터가 있다. 용인센터와 흡사하다. 이들은 매년 각 센터별로 중학교로 진학하는 초등학생등 20명씩의 축구영재를 발굴해 체계적인 교육을 시킨다. 경쟁률이 40:1을 웃돈다. 이들이 오늘날 프랑스 축구의 대들보들이다. 앙리를 필두로 프랑스 출신 슈퍼스타 대부분이 기술센터 출신들이다. 기술센터의 1년 예산이 우리 돈으로 350억원이다. 우리의 수십배에 달한다. 용인축구센터는 프랑스의 기술센터를 모델로 한 것이다."

-센터 교육의 핵심은 뭔가.

"기본기다. 홍명보나 박지성이 이런 곳에서 축구를 배웠다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세계적인 선수로 컸을 것이다. 유럽명문팀과 경기할 때 우리선수가 태클하면 반칙이고 외국선수가 하면 반칙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왜 그런지 아는가. 태클도 기본이 안돼 있으면 반칙을 하기 쉽상이다. 그 만큼 기본기는 중요하다. 매경기 때마다 '문전처리 미숙'이라는 팬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이것 역시 기본기 문제다. 슛을 논스톱으로 하느냐 아니면 한템포 늦춰 하느냐 판단하는 것도 기본기 없이 불가능하다. 한국축구가 발전하려면 화두는 역시 기본기다. "

-한국축구가 발전하려면 기본기 외에 또 무엇을 해야 하나.

"지역리그제 도입이다. 주말마다 지역별로 경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발전도 있다.

축구선수는 공부도 해야한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기술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머리싸움이기도 하다. 주위상황을 보고 그에 맞는 순간적인 판단을 못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다. 이곳 학생들이 오전에 부근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오후에 훈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센터내에서는 수시로 영어공부도 시킨다."

-앞으로 계획은.

"전국 주요도시에 용인센터같은 시설을 만들어 한국축구발전에 이바지 하는 거다."

허감독은 인터뷰 말미에도 기본기를 강조했다. 학생들의 기본기 함양을 위해 학생들간 경기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못하게 했다. 경기가 잦아지면 기본기를 놓치고 편법만 늘 수 있어서다. 기본기 수련은 국가대표급 선수경력을 가진 코치 15명이 담당한다. 이중에는 브라질에서 초빙한 코치도 한명있고 골키퍼 코치도 2명이다. 입학생은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기본기, 균형감각, 연습경기등을 통해 잠재력을 측정한 후 40여명씩 선발한다. 경쟁률은 4~5:1을 넘는다. 선발된 학생은 센터 부근 원삼중과 백암중으로 전학해야 하며 교육비는 월 110만원 정도. 학생중 30%는 잠재력이 뛰어나 장학금을 받는다.

가재현(중2)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했는데 이곳에서 만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본기 수련을 못했다"며 "이곳에 온 후 기본기가 축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고 말했다. (문의:031-322-9600)

용인=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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