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2년 연속 우승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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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이다.

▶ 현대 전근표가 7회말 1사에서 삼성 배영수로부터 역전 투런홈런을 쳐낸 뒤 홈인하며 2회 솔로홈런을 친 심정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8차전 삼성과 현대의 경기에서 3 대 2로 승리한 현대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하이 파이브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대가 30일 잠실에서 국내 프로야구사상 최초로 열린 한국시리즈 8차전에서 삼성을 3-2로 눌렀다. 전근표의 역전 홈런을 앞세운 값진 승리. 이로써 3승3무2패를 기록하게 된 현대는 2년 연속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반면 삼성은 9차전에서 패하면 세 경기나 무승부가 나온 '혈전'을 치르고도 준우승에 그치게 돼 벼랑 끝에 몰렸다. 두 팀은 다음달 11일 오후 6시 역시 잠실구장에서 9차전을 치른다. 챔피언 결정 시리즈에서 아홉 경기를 치르기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전례가 없다.

현대는 1.4차전에서 호투했던 마이크 피어리를 선발투수로 올렸다. 그러나 피어리가 1회 초 단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한 뒤 오른쪽 어깨의 통증을 호소, 교체하면서 현대는 첫 위기를 맞았다. 몸도 덜 풀린 채 2사 1루 볼카운트 0-2의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갑자기 마운드를 떠맡게 된 송신영은 잇따른 볼 두 개로 2사 1.2루를 자초했다. 다행히 후속타자 김한수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호흡을 가다듬은 송신영은 내야땅볼을 유도해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위기를 넘기자 선취점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거포' 심정수. 2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심정수는 배영수의 초구 체인지업을 그대로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홈런포로 선취점을 뽑았다. '10이닝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 배영수가 제 구위를 찾기 전에 흔들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러나 현대의 타선은 2사 이후 박진만이 좌전안타를 하나 뽑아냈을 뿐 추가득점을 얻지는 못했다.

배영수가 2회 말을 힘겹게 마치자 이번에는 삼성 타자들이 힘을 냈다. 3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강명구가 기습번트 자세를 반복하며 송신영의 신경을 건드려 볼넷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기회를 살린 타자는 한국시리즈에서 0.192의 타율로 부진하던 김종훈. 1사 이후 타석에 들어선 김종훈은 송신영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신경전 끝에 9구 슬라이더를 공략, 왼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포를 쏴올렸다. 순식간에 2-1 역전이었다.

신경 쓰이는 실점을 타선이 만회해주자 어깨가 가벼워진 배영수가 다시 '원맨쇼'를 시작했다. 3.4회를 삼진 1개를 섞어 삼자범퇴로 끝냈고, 5회 박진만에게 2루타를 하나 내주긴 했지만, 역시 실점은 하지 않고 마무리했다. 6회는 다시 삼자범퇴. 최소 시속 148㎞의 직구와 136㎞의 슬라이더를 뒤섞는 배영수의 공배합에 현대 타선은 잦아드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챔피언 현대의 자존심은 3승 고지를 선점당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현대 타선은 7회 말 선두타자 심정수가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로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달구기 시작했다. 이어 이숭용의 희생번트로 상황은 1사 2루.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전근표가 사고를 쳤다. 한국시리즈 들어 배영수와의 맞대결에서 9타수 2안타로 부진했던 전근표였지만, 5구째 직구가 한가운데를 파고들자 거침없이 배트를 돌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홈런포를 날렸다. 삼성의 '필승카드'에 일격을 가한 통쾌한 역전 결승 2점포였다.

승기를 잡은 현대는 '특급 마무리' 조용준을 8회부터 투입, 삼성의 반격을 막아냈다. 삼성은 9회 초 선두타자 박한이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김종훈의 희생번트 때 2루까지 밟아 마지막 희망에 불을 지피는 듯했으나, 양준혁과 로페즈가 파울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나며 무릎을 꿇었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중간계투들이 빛났다. 배영수의 높은 공을 치지 말라는 주문을 타자들도 잘 지켰다"고 말했다. 삼성 김응용 감독은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배영수는 나름대로 잘 던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잠실구장에는 토요일을 맞아 2만6000여명의 관중이 찾아 '장기전'에도 식지 않은 프로야구의 인기를 보여줬다. 이날 경기 전에는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가 시구를 해 관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잠실=남궁욱 기자

◇한국시리즈 8차전

잠실 <현대 3승3무2패>

삼성 002 000 000 2

현대 010 000 20x 3

배영수,권오준(8):피어리,송신영(1),이상열(6),신철인(7),조용준(8)

승 신철인(1승1패) 세 조용준(2세) 패 배영수(2패)

홈 심정수②(2회1점)전근표①(7회2점.이상 현대)김종훈②(3회2점.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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