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국어 발음 국가 차원 관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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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금은 세상이 참 조아진걸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삼 느끼게 돼었다' .

27일 국어능력인증시험(KET)을 주관하는 재단법인 언어문화연구원(이사장 李基文.사진)의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소개된 한 고교생의 글( '부모님 전기문' )이다.

서울대 문화관에서 '정보화시대 국어사용 능력 신장 방안' 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서울대 권영민(權寧珉.국어국문학)인문대학장을 비롯, 현직 교수.교사 6명이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국어 사용실태와 대책을 제시했다.

李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정보화의 거센 물결이 우리 말과 글 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며 "이제 차분하게 대응방안을 모색할 때" 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후원한 이 행사에는 학계.교육계.언론계 인사 3백여명이 참석했다.

◇ 변화 못 따르는 국어교육=목포 영흥고 임광찬(林光讚)교사는 앞의 고교생 글을 소개하며 '교육현장에서 본 국어사용 실태' 를 발표했다.

그는 "입말 투의 표현이 늘어나는 등 학생들의 국어 사용 실정이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는 교사의 감각에만 의존하고 있다" 고 말했다. 林교사는 또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정책으로 인해 보편성에 기초한 어휘.어법지도는 자칫 낡은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 일쑤" 라고 교육현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 소홀한 표준발음 관리=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한국어 발음의 국가 관리가 필요하다. " KBS 김상준(金上俊)아나운서실장은 "표준어 규정에 표준 발음법이 들어 있지만 대학의 어문계열 학과에서조차 강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컴퓨터 합성 음성언어에 대한 관리가 시급함을 역설했다. 金실장은 "한국어도 영어 토익이나 토플 형태의 시험처럼 발음이나 악센트.억양 등이 중시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고 제시했다.

◇ 종합적 국어능력 측정 필요〓權학장은 "세계화.정보화시대에서의 국어능력이란 체계적인 사고과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줄 아는 총체적인 언어능력을 의미한다" 고 말했다. 權학장은 "때문에 국어능력을 측정하는 시험도 '도구로서의 언어' 활용능력뿐만 아니라 '문화로서의 언어' 에 대한 이해와 표현 능력을 측정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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