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장애인 부모회 주간보호센터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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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4일 오후 3시 경기도 일산신도시 일산4동 '고양시 장애인부모회 주간보호센터' .

10평 규모의 협동놀이실에서는 정신지체아와 자폐증 학생 5명이 학부모 및 전문교사와 함께 깔깔대며 블록 쌓기에 한창이다. 곁에서는 다른 자폐아 두명이 만화영화 비디오를 보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부모회 고양시지부 회원 10명은 지난 6일부터 일산신도시 저동고교 옆 세광프라자 3층에 43평 넓이의 센터를 마련, 운영하고 있다.

건물 임대료와 시설비 등 3천여만원은 학부모들이 3백만원씩 냈다. 또 가구별로 매달 15만원씩 거둬 여성 전문교사(27)를 채용, 방과 후 아이들 지도를 맡겼다.

초.중.고교생에 해당하는 11~18세의 장애 청소년 8명은 특수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이 센터로 와 오후 6시까지 머문다. 이들은 이 곳에서 전문교사와 하루 두세 명씩 번갈아 나오는 어머니들과 함께 컴퓨터 공부는 물론 비디오 감상.음악 듣기.그림 그리기.놀이 등을 하며 지낸다.

장애인 부모들이 이같은 시설을 마련한 것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 고양시가 위탁 운영하는 곳은 단 한곳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인원도 40명밖에 안돼 이용하려면 5~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입소 후 2년이 지나면 출소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신지체나 자폐증 등을 앓아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고양시 지역 아동들과 청소년 1천여명 대부분은 방과 후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실정이다.

자폐증 딸을 맡긴 박현숙(朴賢淑.42)씨는 "앞으로 전문교사를 한명 더 늘려 아이들에게 간단한 조립 등 직업 훈련을 시키고 사회 적응 훈련을 강화해 나갈 생각" 이라고 말했다.

이명희(李明姬.41)회장은 "고양시에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해주기로 약속해 큰 힘이 되고 있지만 보다 효과적인 보호와 교육을 하는 데 여러가지로 힘이 부친다" 며 "앞으로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모델이 되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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