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묶음상품 붐 …‘세트 메뉴서 골라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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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은행권의 묶음상품 출시가 활발하다. 묶음상품이란 여러 가지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금리를 우대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여기에 신용카드 포인트까지 얹어주기도 한다. 한 명의 고객에게 더 많은 금융상품을 팔기 위한 은행들의 전략이다.

농협은 최근 ‘채움프리미엄패키지’를 내놨다. 입출금통장, 적금, 정기예금, 신용대출, 신용·체크카드, 공제(보험), 수익증권의 일곱 가지 상품 가운데 세 가지 이상에 가입하면 농협중앙회의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당행 이체와 출금)가 면제된다. 중앙회가 아닌 농협 단위조합의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인터넷·텔레·모바일뱅킹을 이용해 다른 은행에 이체를 할 때도 수수료가 면제된다.

네 가지 상품에 가입하면 기존 자동화기기 수수료 면제 혜택에다 카드 포인트 적립이 더해진다. 가입한 금융상품의 연간 평균 잔액의 0.1%를 채움카드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로 대출이자를 내거나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섯 가지 이상 상품에 가입하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묶음상품 가운데 3개 상품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하나를 추가했다면 네 가지 상품 가입 때와 같은 서비스를 받는다.

농협 상품기획단 최승현 차장은 “복합거래를 하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패키지를 내놨다”며 “수수료 면제, 금리 우대에다 신용카드 포인트까지 적립해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두드림통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두드림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카드 사용액에 따라 최고 2.4%포인트(월 200만원 이상 사용)의 추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두드림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두드림통장의 연 3.6% 금리에 추가 금리를 더하면 최고 금리가 연 6%에 달한다. 추가 금리가 적용되는 한도는 1000만원까지다. 또 이 은행은 예·적금이나 신용카드, 대출 등을 모두 통합해 여기에서 발생한 포인트를 매달 통장으로 돌려주는 드림팩을 선보였다.

신용·체크카드와 입출금 통장을 묶어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는 상품도 있다. 외환은행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저축예금과 체크카드를 결합한 패키지 상품인 ‘윙고(Wingo)통장’과 ‘윙고체크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만 18~30세의 개인 고객이 가입할 수 있다. 통장과 체크카드에 함께 가입한 고객의 전월 체크카드 사용 실적이 10만원 이상이면 인터넷·모바일뱅킹의 타행 이체 수수료가 면제된다. 또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현금인출 수수료도 월 8회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외환은행 개인상품개발부 전명숙 차장은 “수수료에 민감한 젊은 층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체리통장’도 비슷하다. 이 통장에 가입하면 3개월간 영업시간 마감 후 인출 수수료와 인터넷·모바일뱅킹의 타행이체 수수료가 면제된다. 여기에 체리적금이나 체리카드 실적이 있으면, 3개월 후에도 계속 수수료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신용대출을 받을 때 소액이라도 예금이 있으면 대출 금리를 할인받을 수 있는 ‘깎아주는 퍼펙트 신용대출’을 지난 1월에 시판했다. 대출 원금을 갚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냥 놔두기엔 아까운 단기 여유 자금이 있으면 이를 활용해 대출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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