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된 외규장각 옥책,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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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당한 조선의 문화재가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 추가로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프랑스가 반환을 약속했던 외규장각 도서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재도 돌려받는 외교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리옹3대학의 이진명(55·역사학) 교수는 18일 1867년 파리왕립도서관(BNF의 전신)이 작성해 프랑스 극동함대 소속 피에르 귀스타브 로즈 제독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의 사본을 공개했다. ‘한국 컬렉션(COLLECTION COREENNE)’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 문서에는 외규장각 의궤 필사본 297권과 인쇄본 43권뿐만 아니라 한문으로 표기된 대리석판 3점,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옥으로 만든 옥책(玉冊) 한 권 등이 적혀 있다.

로즈 제독은 강화도 침략 때 훔친 외규장각 문화재를 목록과 함께 프랑스로 보냈다. 이 교수가 발굴한 자료는 로즈 제독이 보낸 문화재를 왕립도서관이 잘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문서다. 그동안 의궤·지도 등은 BNF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대리석판과 옥책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왕립도서관이 작성한 목록에 대리석판과 옥책이 들어 있는 것은 이 도서관의 자료를 물려받은 BNF가 이들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는 프랑스 정부에 대리석판과 옥책의 소재 파악을 요구하고, 문화재 반환 협상에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크 랑(상원의원)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17일 파리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수개월 내에 외규장각 도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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