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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스무날 노오란, 산수유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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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산동면 현천마을의 산수유꽃이 만개 했다. 돌담길과 황토길을 따라 피어난 현천마을 산수유꽃은 소박한 시골풍경과 어우러져 더 아름다워 보인다.

경칩 지나 눈 내린 봄, 그러나 꽃 축제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18일 전남 구례 산동에서 산수유꽃 축제가 시작됐다. 산동면 일대 산수유는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중국 산둥성 처녀가 씨를 들여와 이 일대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약재용으로 들여온 산수유는 곳곳에서 자연 발아돼 군락을 이뤘다. 그리고 수백 년 수령의 아름드리 산수유나무는 이제 봄축제의 아이콘이 됐다.

산수유는 상위·하위 마을에 가장 먼저 핀다. 지리산 중턱에 있어 꽃 소식은 더디지만, 다랑이논처럼 층층이 자리 잡은 꽃 무더기는 대표적인 봄 전령사가 됐다. 산동면 일대는 상위마을을 위시로 반곡·달전·계척·현천 마을까지 산수유꽃 천지다. 지리산 자락 차일봉(1325m) 아래 상위마을과 두견봉(790m) 아래 현천마을은 19번 국도를 경계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산수유 군락은 이 두 마을을 기점으로 부채꼴처럼 고루고루 퍼져 있다.

산수유는 서서히 꽃을 피우고, 20일 가까이 고개를 떨어뜨리지 않는 꽃으로 유명하다. 두 번의 개화를 겪으며 꽃을 틔우기 때문이다. 처음엔 20~30여 개의 꽃대가 봉우리를 밀고 나와 수줍게 피어난다. 그리고 이삼 일 뒤 봉긋한 꽃대가 일순 꽃망울을 터뜨린다. 수십여 개의 꽃대가 민들레처럼 방사형으로 퍼져야 비로소 산수유꽃이라 할 수 있다. 마을 돌담과 고샅길, 산비탈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산수유나무가 꽃만 피우면 노란 물감을 쏟아놓은 듯 화려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이때가 사진 촬영에도 적기다.

구례군청에서 추천하는 촬영 지점은 상위마을 꼭대기 팔각정, 반곡마을 개울가 돌다리, 달전마을 수락폭포 아래 실개천, 계척마을 500년 산수유 고목, 현천마을 방죽 옆 군락지 등이다. 특히 바람이 없는 날, 현천마을 방죽에 투영된 산수유꽃 그림자는 여행객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방죽 뒤로는 보리밭과 푸른 대숲이 노란 꽃과 대비를 이뤄 절정의 배경을 제공한다.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셔터에 손이 갈 법하다.

43가구 100여 명이 채 되지 않은 현천마을은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산수유 마을이다. 아직도 두 사람 겨우 지날 정도의 돌담길 사이로 낡은 흙집과 슬레이트 지붕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오래된 동네다. 마을 중턱 최씨 재실 일대는 가장 먼저 꽃 무더기를 이루는 곳이다. 노란 꽃 무더기 속에 살짝 비치는 시골 동네의 모습에 눈이 푸근해진다. 실핏줄처럼 동네를 감싸고 도는 황톳길 또한 찬찬히 걸어볼 만하다. 동네 뒤편으로는 밤재터널에서 시작되는 30km 등산로가 지나가는 길이다. 두견봉까지 올라 다시 내려오는 데 서너 시간 남짓 걸린다. 축제 기간에는 마을에 당도하기 전,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는 게 훤씬 편하다. 축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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