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랴부랴 '돈세탁방지법' 수정 보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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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곤혹스럽지만 스타일을 구기더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따르기로 했다. "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는 24일 기자회견을 자청, 이렇게 말했다. 전날 여야간에 합의했던 돈세탁방지법안의 재수정 의사를 밝히면서다. 지난달 정치자금 포함 여부를 놓고 한차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데 이어 두번째다.

민주당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돈 세탁 의심이 가는 정치자금을 포착했을 경우 선관위에 통보토록 한 전날의 합의 대신 FIU가 검찰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직접 관련 계좌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새롭게 제시했다. FIU의 자체 계좌추적권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李총무는 "언론의 지적을 살펴보니 (어제 합의안이)성급했다는 느낌이 든다" 며 "우선 자민련의 양해를 구한 뒤 한나라당과 재협상에 나서겠다" 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급선회는 법안 제출 부서인 재정경제부와 시민단체 등의 비판은 물론 당내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치자금을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주장해 관철했던 조순형(趙舜衡).천정배(千正培)의원은 "합의안은 FIU의 기능을 마비시킨 것으로 정치자금을 포함시킨 의미가 없다" 며 "재수정되지 않으면 독자적인 수정안 제출을 검토하겠다" 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은 "합의안은 조직폭력.마약.탈세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검은 돈의 차단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법체계 상 맞지 않았던 정치자금을 포함시킨 것이 문제" 라는 견해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져 나올 것을 우려한 탓인지 이날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취소했다. 재수정안이 26일의 여야간 최종 절충에서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여당이 납득할 만한 제안을 해오면 검토해 보겠다" 고 말하지만 당내에선 "크게 잘못된 것이 없다" 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은 표적 사정(司正)을 막기 위해 자금 추적을 받는 당사자가 검찰 수사에 앞서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총무도 "검토는 해보겠지만 FIU에 계좌추적권을 허용하면 국민 인권과 사생활 침해 소지가 많다" 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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