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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프리미엄 … 첨단의료단지에 투자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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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일(왼쪽에서 넷째) 대구시장이 2일 미국의 신약개발업체인 나노디텍의 김영우 대표와 투자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2일 대구시청 2층 상황실. 김범일 대구시장과 미국의 ‘나노디텍(Nano Ditech)’ 김영우 대표가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은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 업체는 3월 중 국내 투자벤처회사와 법인을 설립한 뒤 대구테크노파크에 입주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대구에 들어서는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대규모 국책사업인만큼 연구·생산 여건이 다른 곳보다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료단지)에 국내외 기업·기관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8월 의료단지 유치 이후 국내외 의료 관련 기업·연구소 13곳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나노디텍은 시가 투자를 유치한 대표적인 해외 신약 개발 업체다. 뉴저지주 프린스턴시에 위치한 이 업체는 마약과 급성심근경색을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시약을 만들고 있다. 극미량의 소변이나 혈액만 있으면 10∼15분 만에 진단할 수 있다. 정확도가 98%를 넘는 첨단기술이다. 나노디텍은 심근경색·마약진단·바이러스 항체 등의 진단제품을 만들어 2015년까지 2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의료기기 전문회사인 액세스 바이오와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업체의 유치는 대구시가 뉴저지주의 제약·의료기기업체를 공략해 얻은 결실이다. 뉴저지는 머크, 화이자, 존슨 앤 존슨, GSK(글락소 스미스 클라인) 등 세계적인 제약업체가 밀집한 미국의 의료산업 중심지다. 김동우 의료단지 마케팅담당은 “지난해 10월 김범일 시장 등 10여 명이 현지에서 대구의 투자환경을 설명했다”며 “관심을 보인 곳이 많아 투자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투자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신약개발전문업체인 ㈜머젠스와 MOU를 체결했다. 대전에 본사를 둔 이 업체는 신약개발 후보물질 5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의 대표적 신약인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막바지 임상실험이 진행되면서 신약 등록절차를 앞두고 있다. 또 약물을 먹으면 체내 환경을 장기간 운동을 한 것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 주는 기술도 개발했다. 약이 생산되면 당뇨·지방간·고지혈증 등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머젠스는 의료단지 1만6000여㎡에 생산·연구시설을 지어 신약을 생산할 방침이다.

입주할 연구소도 많다.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할 시설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의료단지에 분원을 설치키로 했다. 분원은 입주업체의 기술개발을 돕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한약에서 추출한 신물질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약제 개발업체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의료단지에 ‘대경시험연구센터’를 설립한다. 서울에 있는 시험원은 기계·디지털 등 각종 제품과 기계부품의 신뢰성 분석, 유해물질 분석 등 광범위한 분석업무를 맡고 있다.

송의호 기자

김태운 의료복합단지 기획팀장
“뉴저지·뉴욕·싱가포르·상하이 … 세계 각지 돌며 의료단지 경쟁력 알려”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에 우리 의료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신약·의료기기 개발업체를 유치해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단지로 만들겠습니다.”

김태운(39·사진) 첨단의료복합단지 기획팀장은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의료단지)의 건설과 투자유치 업무를 맡은 실무책임자다. 김 팀장은 지난 12일 서울 보건복지부를 방문했다. 의료단지의 기본 및 실시설계를 시작하는 보고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의료단지에 들어설 각 지원센터를 더 조밀하게 배치해 달라”고 건의했다. 연구소와 지원센터가 긴밀하게 접촉할 수 있고, 연구소 유치 부지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유치작업은 어떻게 돼가나.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뉴저지와 뉴욕,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하얼빈 등지를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대구의 의료산업 여건, 의료단지의 유치 배경과 운영 방향 등을 설명했다. 국내의 의료분야 벤처기업에도 입주를 권유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반응은 어땠나.

“신선한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주류였다. 한국이 정보기술(IT)·반도체·조선 등에서 앞서가는 나라여서 의료단지의 성공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였다. 해외 의료기기박람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유치 업무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 .

“ 대구시의 전 직원이 한마음이 돼 기업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투자 유치는 인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인들에게 의료단지의 장점을 설명하는 등 의료단지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기업들이 수도권 주변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의료단지 조성이 초기 단계여서 기업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의료단지 조성이 본격화하면 많은 관련 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확신한다.”

-대구 의료단지의 장점은 무엇인가.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신약·의료기기를 개발하면서 자금이나 기술력 부족으로 제품화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시설이 신약개발지원센터·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 각종 지원센터다. ”

-앞으로 일정은.

“10월께 의료단지의 설계가 나온다. 그러면 11월 중 각종 지원센터 건물 공사가 시작된다. 민간연구기관 입주구역과 신약·의료기기 생산시설용지의 분양도 이때쯤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 의료단지 내 각종 지원센터를 운영할 재단법인 설립작업도 이달 안에 끝낼 예정이다.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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