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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승부처를 가다] 3. 플로리다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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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찬호 특파원

28일 한낮 플로리다주 주도인 텔러하시의 법원 청사 앞. 섭씨 29도의 땡볕 아래 수백 명이 늘어섰다. 지난 18일부터 대선 전날(11월 1일)까지 2주간 이어지는 조기 투표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다.

'빅3' 부동주 중 가장 큰 플로리다(선거인 수 27명)에 조기 투표 바람이 뜨겁다. 현지 언론들은 200만명이 조기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했다.

플로리다는 2000년 대선 때 투표 오기, 재검표 시비로 큰 망신을 당했다. 그 개선책의 하나로 주 정부가 조기 투표를 선택했고, 유권자들도'표를 지키기 위해'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날 투표장에 나온 사람 대부분은 케리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72세 할머니 조 워지어드는 "4년 전처럼 표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 오늘 미리 투표했다"고 말했다. 20대 백인 남성은 "인권을 생각해" 케리를 선택했다고 밝혔지만, 40대 흑인여성은 "무조건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기 투표 바람을 크게 반기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90%인 흑인들과 리버럴 성향의 젊은층을 끌어들일 호재란 것이다.

민주당 주사무소의 리처드 리비는 "2000년 대선 직전 공화당 주 정부가 갑자기 범죄자 검거령을 내리는 바람에 흑인들이 위축돼 투표를 포기했고, 결국 537표 차로 고어가 패했다"며"흑인층과 대선 투표가 처음인 18~21세 청년층에 조기 투표를 호소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나는 케리에게 조기 투표했다'는 배지를 살포해 바람을 확산시키고 있다. 차로 투표장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민주당은 플로리다 선관위에 등록된 당원 수도 426만명으로 공화당(389만명)보다 많다.

그러나 주 전체 여론조사는 부시가 줄곧 1~2%포인트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재정적자가 없는 서너개 주 중 하나인 데다 실업률도 전국 평균보다 1%포인트 낮다. 또 부시의 친동생 젭이 주지사로 있으면서 60% 이상의 지지율을 자랑한다.

히스패닉계 40대 여성 테리 그래디스는 "히스패닉은 케리 편이 많아보이지만 부시 지지자도 상당하다. 케리의 경제공약이 몽땅 허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플로리다 공화당 사무소 관계자는 "400만 기독교 신자와 퇴역군인, 유대계가 몰려 사는 북동부와 남부에 부시의 신앙심과 리더십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부시의 신승(辛勝)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지역신문인 텔러하시 데모크라트의 빌 코테렐 기자는"경제가 좋은 데다 지난 10년간 공화당이 줄곧 상승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미국 정치를 강의하는 김희민 교수도 "9월 한 달 동안 허리케인이 네 차례 닥쳤는데 부시가 매번 찾아와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종 결과는 중부지역의 향배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400만 인구가 사는 중부는 인종.계층적으로 다양하게 나뉘어 표심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부시와 케리는 플로리다 유세의 대부분을 이 지역에 할애하고 있다.

플로리다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2000년 대선 같은 재검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다. 플로리다 내 대부분의 카운티(군) 가 4년 전 무효표 소동을 빚은 구멍뚫기 투표방식 대신 OMR(펜으로 표시하고 컴퓨터로 판독)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15개 카운티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채택했다. 플로리다 주법은 개표 결과 표차가 1% 이하면 재검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진 쪽은 즉각 재검표를 요구할 텐데 터치스크린은 재검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무효소송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텔러하시(플로리다)=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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