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삼성 · LG, 중국 CDMA 따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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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봄이 깊어간다. 어제는 방이나 도서실처럼 닫힌 공간에서 보내기에는 너무 화창한 휴일이었다. 봄이 만개한 산마다 꽃 만큼이나 화사한 등산객들로 만원이었다.

지난주 경제에도 모처럼 꽃소식이 있었다. 미국발 금리인하 소식이었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聯準)의장이 다시 주인공이 됐다. 그의 결정 하나가 세계를 움직이는 메커니즘도 재작동했다. 진달래 꽃망울이 터지듯 세계의 주가가 춤을 췄다.

가장 큰 관심사는 약효가 얼마나, 언제까지 갈 것이냐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세계 경제에 선순환을 불러오려면 우선 미국 경기부터 회복조짐이 두드러져야 하며, 유럽.일본 등에서 상응하는 조치와 경기회복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주 미국의 주요 통계와 유럽의 움직임을 지켜봐야할 것이다. 주중에 발표될 미국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나 1분기 경제성장률 등은 주의깊게 들여다봐야 할 통계들이다.

유럽은 오는 26일 유럽 중앙은행(ECB)의 금리정책 결정기구인 유럽통화위원회 회의 결과가 주목의 대상이다. 지난주만해도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압력을 이유로 금리인하 반대 의견이 늘고 있어 일단 결과를 지켜봐야겠다.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미국.유럽도 문제지만 경쟁국 대만의 발빠른 금리인하에 신경이 쓰일 법 하다. 대만은 지난주말 공금리를 다시 0.125%포인트 낮췄다. 지난 연말 이후 다섯번째며, 인하폭 누계는 0.75%포인트에 달한다.

금리 외에 나라 안팎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중국의 CDMA구축 1차사업 입찰결과 발표다. 중국내 14개 성, 1백20여 도시를 대상으로 이동전화망 사업자를 결정하는 이번 입찰에는 삼성.LG전자도 뛰어들었다. 입찰에 성공하면 10억달러 안팎의 물량 수주가 가능한 대형 사업인 만큼 국내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주는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향방을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우선 오는 27일께 평양에서 돌아올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회장의 귀국보따리가 궁금하다. 그가 관광료를 비롯한 금강산사업 협상안을 웬만큼 관철하고 돌아오지 못한다면 5월 이후 금강산 관광 지속 여부가 극히 불투명해질 것이다.

이미 대주주가 외환은행으로 바뀐 현대건설은 주중에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결정되며, 출자전환을 위한 채권금융기관들의 채권액.분담액 등이 정해진다. 이밖에 대규모 외자유치를 위해 은행권 여신의 만기연장 등 특혜성 지원을 요청한 하이닉스 반도체(옛 현대전자)에 정부나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마치 늪에서 씨름하는 듯한 현대그룹 문제가 이번 주를 고비로 가닥을 잡아가길 기대해보자.

손병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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