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이그 저 귓것’의 한 장면. 귓것(모자란 놈) 하르방(할아버지)이 마을 밭길을 헤매고 있다(왼쪽). 주인공 용필이 어머니 묘로 착각하고 엎드리고 있고(가운데) 집 나간 남편을 동네 골목길 에서 기다리는 제주의 여인.
영화는 기타를 멘 한 청년의 낙향으로 시작된다. 고인이 된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갔건만 이미 묘는 비어 있다. 이장된 사실도 몰라 오열하지만 그 다음 장면이 가관이다. 동네 이웃 할아버지가 그런 청년을 보곤 “너 여기서 뭐 햄시니(뭐하냐)? 너네 어멍(어머니) 산(묘)은 저기 아니가게(아니냐). 어멍 산도 몰람시냐(모르냐).” 첫 장면부터 웃음이 쏟아진다.
서울에서 가수로 출세해 보겠다고 상경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목에 깁스를 하고 절름발이까지 돼 낙향한 주인공. 하지만 음치나 다름없는 후배, 춤에 빠진 또 다른 후배가 찾아와 그를 스승으로 모시겠다며 “노래 좀 가르쳐줍서게(가르쳐 주세요)”라고 떼쓴다. 제주사람이 아니라면 자막 없이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원단’ 제주 사투리투성이다. 제주시 애월읍 조그만 마을을 배경으로 개발로 무너지는 제주의 자연과 대형 상권에 밀린 동네 점포의 비애, 사라져가는 제주의 문화를 사투리 언어와 사투리 노래로 1시간40분 동안 다루고 있다.
영화는 놀랍게도 처음 장편영화를 만들어 본 오경헌(39) 감독의 작품이다. 들어간 제작비는 고작 798만여원이다.
주연 중 한 명은 제주에서 사투리로 노래하는 가수 양정원(42)씨. 1994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그는 마치 자신의 삶을 얘기하는 것 같아 선뜻 나섰다. 조연은 지역 민요 패와 작은 극단에서 몸담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배우들이 맡았다. 물론 개런티도 없다. 제작기간 중 또는 제작이 끝나고 난 뒤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어울려 식사나 한 게 고작이다. 단역은 영화의 배경인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주민들이 선뜻 응했다. 지난해 여름 45일 만에 제작을 뚝딱 끝냈다.
오경헌 감독
제주=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