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건설, 정규리그 첫 우승 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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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선수들이 수원 홈경기에서 KT&G를 꺾고 정규리그 첫 우승을 일궈 낸 뒤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경기장에는 노란 막대풍선이 부딪치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V-리그 출범 이후 현대건설의 첫 정규리그 우승을 기원하는 소리였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꿈은 이루어졌다. 현대건설이 1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2위 KT&G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고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을 이끌다가 시즌 도중 경질되는 아픔을 맛봤던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은 지난 시즌 4위 팀을 단숨에 우승팀으로 조련시키며 지도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알리는 축포가 터지자 황 감독은 눈시울이 붉어진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잠재력을 갖추고도 패배의식에 싸여 있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4년 전부터 눈여겨봐 왔던 외국인 선수 케니를 성공적으로 영입해 팀과 하나가 되게 했던 지난 10개월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아직 기뻐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황 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감사해야 할 분이 너무 많은데 챔프전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정규리그 1, 2위 팀 간 대결이었던 만큼 양팀 감독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벌어졌다. 8일 맞대결에서 레프트 몬타뇨를 오른쪽으로 돌려 이번 시즌 현대건설전 5연패를 끊었던 박삼용 KT&G 감독은 이날도 같은 작전을 썼다. 4세트까지 승부는 2-2 원점. 마지막 5세트에서도 피말리는 접전이 이어졌다. 황현주 감독은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는지 자주 입술을 깨물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승부처에서 팀을 구한 것은 역시 ‘해결사’ 케니였다. 7-8에서 연속 3득점을 꽂으며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케니는 14-12 매치포인트에서 마지막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현대건설과 KT&G-GS칼텍스의 플레이오프 승자가 맞붙는 챔피언결정전은 다음 달 7일 시작된다.

수원=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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