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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기 왕위전] 이희성-조훈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거침없는 노장과 신중한 신예의 대결

제1보 (1~18)〓 "어느 칼에 맞을지 모른다" 는 게 요즘 일류 기사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실력들이 모두 백지장 한장 차이로 좁혀졌다.

후지쓰배에서 보니 그런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 이창호9단이 일본의 노장 이시이 구니오(石井邦夫)9단에게 무너지고 중국의 일인자 저우허양(周鶴洋)8단은 일본의 신예 고노 린(河野臨)5단에게 졌다. 이세돌3단도 한수 아래라 믿었던 대만의 저우쥔쉰(周俊勳)9단에게 패배했다.

그런 와중에 본국의 조훈현9단은 중국의 쿵제(孔杰)5단을 꺾어 찬사를 받았다. 천하의 曺9단이 올해 19세의 애송이(?)를 이기고 찬사를 받다니!

그러나 쿵제는 춘란배에서 조훈현.이창호.유창혁을 모조리 꺾은 무서운 젊은이다. 1953년생으로 지천명(知天命)이 내일 모레인 曺9단이 펄펄 살아 움직이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왕위전에서 그 앞을 막아선 젊은이는 명주실처럼 질긴 이희성3단이다. 어느덧 한국기원에서 장고파의 대명사로 떠오른 李3단은 거의 모든 바둑을 마지막 1분까지 쓴다. 그러나 인상은 그리 강인해 보이지 않는다. 잘 생긴 얼굴에 눈빛이 깨끗하고 태도도 선선하다.

曺9단의 흑번. 7까지가 최근 새롭게 즐겨 쓰기 시작한 포진법이다. 8에는 으레 9로 두고 10에는 11 또는 A. 즉 '참고도' 흑1로 두어 10까지 진행된 실전도 많다. 이건 흑백이 쌍방 두터운 그림이다. 李3단은 백의 입장에선 '참고도' 보다 실전이 편해보인다고 말한다. 이런 것이 기풍의 차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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