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증후군 '맞춤형' 치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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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대표적인 기능성 소화기 장애인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성인 열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

하지만 '유명세' 만큼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도 이 질환의 특징이다. 그동안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권하는 처방은 '마음을 편안히 가지면서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라' 는 것이 전부였다.

최근 이러한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에게 밝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기능성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점차 밝혀지면서 증상별로 다른 치료.관리법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수시로 배가 아프거나 변비.설사 등 다양한 증상이 보인다는 것. 수시로 복통이 일어나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선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정훈용 교수는 "주된 증상이 변비냐, 설사냐 혹은 복통이냐에 따라 치료와 관리가 달라진다" 며 "진찰을 받을 때 자신의 증상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가장 불편한 증상이 만성 재발성 복통이다. 장염에 걸린 것도 아니고 대변도 잘 보며 상한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배가 수시로 묵직하고 아프다.

서울대 의대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는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장에 가스가 차기 마련인데 이런 환자는 가스량이 정상인의 10분의 1만 돼도 배꼽주위나 명치 등에 통증이 온다" 고 설명했다.

환자에게 복통의 원인을 알기 위해 대장 X선검사를 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장에 소량의 가스를 넣고 통증 유발검사를 하면 복통을 호소한다.

일단 확진이 되면 환자는 가스를 많이 발생하는 음식은 삼가야 한다. 김교수는 "맥주나 청량음료는 물론 콩.양배추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도 가급적 적게 먹을 것" 을 권한다. 통증이 심할 땐 항콜린제.항우울제.진정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다음은 변비를 특징으로 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 변 보는 횟수가 1주일에 두 번 이하이거나 매일 변을 보더라도 굵고 딱딱해 배변 자체가 매우 힘들고 변을 봐도 뒤가 시원하지 않다.

이런 환자는 변비를 일으키는 해부학적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대장촬영.대장내시경 등 기본적인 검사 이외에 항문 괄약근 검사.대변 조영술.근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칼로리에 비해 부피가 많은 음식을 섭취해 대변 양을 늘리는 것. 야채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과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도 장운동을 촉진시켜 증상을 좋게한다.

마지막으로 설사를 자주 하는 환자. 변이 형태를 만들지 못하고 풀어지는 경우다. 설사를 한번에 두세 번 몰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주 봐도 영 시원하지 않다. 때론 끈적끈적한 점액도 쏟아져 나온다.

설사 증상이 나타나는 결핵성 대장염.궤양성 대장염 등의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대장검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결과는 정상이다. 정교수는 "우선 환자는 맥주나 찬 음식은 삼가고 유산균 제제(알약)를 하루 세 번 복용해야 한다 "고 조언한다. 이렇게 해도 증상이 지속되면 장 운동을 늦추는 약이나 진경제같은 약을 증상이 좋아질 때까지 복용하면 된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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