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발신번호 표시 희비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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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화를 받기 전에 걸려온 전화 정보를 전화기 또는 단말기에 표시해 주는 발신번호 표시(CID)서비스가 실시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전북지역에서만 열흘 새에 5천2백여명이 신청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발신번호 표시를 가장 반기는 쪽은 장난.성폭력 전화 등에 시달려온 여성들. J(23.여.전주시 우아동)씨는 "거의 매일 저녁 전화를 걸어서 거친 숨소리만 내곤 하는 전화에 시달려 왔었다" 며 "발신번호 서비스가 시작된 후 이런 불안에서 해방됐다" 고 말했다.

그동안 거짓배달 주문이나 예약 전화를 많이 받았던 음식점 등도 최근 이같은 전화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며 반기고 있다. 반면 발신전화 표시 서비스에 대해 불만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금전 채무를 처리하는 금융기관과 관련 업체들.

신용카드 회사들은 연체한 카드대금을 독촉하느라 전화를 걸면 회원들이 발신번호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사채업자들도 마찬가지. 사채업자 K모(32)씨는 "이자.원금이 밀린 고객들이 번호를 확인한 후 전화를 받지 않는 바람에 하루 30여통의 통화 가운데 절반 가량은 연결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일부 전화로 영업활동을 하는 보험사.학원 등도 울상이다. 알지 못하는 번호가 나타나면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 보험회사 직원은 "전화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 실시 이후 고객 유치에 어려움이 많다" 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전화 예절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회사원 L모(44.광주시 광산구 장덕동)씨는 "며칠전 전화를 잘못 걸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고 황급히 끊었더니 곧바로 상대방이 전화를 걸어 와 어디냐고 확인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고 말했다.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표시창이 나오는 전화기나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한국통신은 이번 한 달 동안 무료로 서비스하고 다음달부터 돈을 받을 계획이다.

이해석.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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