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F-X 사업] 입찰사들 로비전 불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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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F-X 기종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입찰에 뛰어든 4개 외국 업체의 로비전도 불을 튀기고 있다.

로비는 물론 제품을 설명하는 비즈니스의 한 과정이지만 여러 인맥을 동원해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이나 군 관계자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로비에 노출된 국방위원들〓지난 2월 초 미국의 한 사설재단이 우리 여야 국회의원 10여명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부시 대통령 취임식 초대장이란 '귀한 선물' 을 곁들인 초대였다.

여야 정당의 부총재.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부가 포함된 이들은 흔쾌히 초청에 응해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후 당시 재단이 주최했던 만찬에 F-X사업 입찰업체인 보잉사 관계자가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초대됐던 의원들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이 재단은 미국내 무기업체들에서 상당액의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그 때문에 보잉사 임원들도 만찬에 참석했다는 것.

한 의원은 "내 경우 만찬장에 가던 중 보잉사 임원이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고 얼굴만 내밀고는 바로 돌아왔다" 며 "다른 의원들이 접촉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이 재단은 17일 취재팀에게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는 무관한 행사였으며 보잉사 관계자는 없었다" 고 공식 부인했다.

같은 달 중순 국방위 소속 민주당 모 의원은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목적은 한.프랑스 친선협회 모임 참석. 그러나 그 모임은 역시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응찰한 프랑스의 다소가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전직 장성들 영입〓로비전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 전직 '별' 들이다. 군 고위층.국회 국방위원 등 관련 인사들에게 접근하기에 쉬운 위치에 있어서다.

보잉사에서는 일찌감치 한국지사 이사로 영입된 공사 13기 출신 예비역 준장 L씨와 공사 15기인 예비역 소장 K씨가 활발히 움직인다. 다소는 예비역 준장인 두 K씨를 스카우트해 군 관계자 등과 부지런히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인 EFI 역시 최근 예비역 준장 C씨를 한국지사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들은 매일 로비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종종 공식적인 행사 자리까지 찾아가 인사를 건네고 있다.

과거 한국형 전투기 사업(KFP) 때는 이미 선정했던 F-18(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을 취소하고 F-16(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적잖은 로비 파문이 일었다.

정치권 출신의 한 군사평론가는 "지인을 총동원한 업체들의 전방위 로비전 때문에 여권 고위인사 등이 이들을 피해다니느라 곤욕을 치르는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사회부=표재용.강주안.전진배.정효식 기자

통일외교팀=김준범 편집위원.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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