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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씨 증여세 파장] "무리한 과세"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세청이 삼성 이재용(사진) 상무보 등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매입 건과 관련해 증여세를 부과키로 한 것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선 "전환사채(CB)나 BW 등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재벌들이 변칙적으로 부를 세습하는 것을 막게 됐다" 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비해 재계 일각에선 "세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무리한 과세" 라고 주장했다.

◇ 논란의 배경=1999년 2월 비상장 기업인 삼성SDS가 이재용 상무보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 4명과 삼성그룹 임원 등 특수관계인에게 2백30억원어치의 BW를 발행한 데서 비롯됐다. BW는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채권이다.

삼성SDS 이사회는 당시 BW의 조건을 1년 뒤 주당 7천1백50원에 총 3백21만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비상장 주식이라서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해 적법하게 이같은 인수가격을 정했다고 삼성측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측은 "당시 장외시장에서 삼성SDS의 거래가격이 주당 5만8천7백원대였는데 7천1백50원의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하도록 한 것은 특혜이며 삼성SDS의 나머지 주주에게 상대적으로 피해를 주었다" 고 주장했다.

◇ 증여세 추징=이번 증여세 추징은 가산세를 포함해 6백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가 당시 장외 거래가격을 바탕으로 추정한 9백억원(가산세 2백억원 포함)보다 적지만 증여세로선 역대 최대 규모다.

국세청은 BW 발행시점 전후 두달, 4개월간 장외 거래가격의 평균치와 신주 발행에 따른 주가하락분 등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상속.증여세법 32조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권리를 직간접적으로 무상이전했을 경우' 의 조항에 맞추기 위해 장외 거래가격을 도입한 것이다.

물론 이재용씨 등이 받은 삼성SDS의 주식은 아직까지 상장되지 않았으며, 참여연대측이 법원에 가처분신청(대법원 계류중)을 해 주식으로도 전환되지 않았다.

◇ 문제점과 전망=삼성측은 증여세 추징과 관련, "국세청이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놓고 회계법인의 평가를 제쳐둔 채 신빙성이 떨어지는 장외 거래가격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며 이의를 제기할 태세다. 당시 장외 거래가격이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한 호가 수준이었고 실제 거래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상속.증여의 효과' 에 중점을 두는 상속.증여세법의 포괄주의 원칙에 따라 장외 거래가격을 통한 추징액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선례가 향후 변칙 상속.증여를 막는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파생금융상품을 통한 시세차익을 상속세액에 합산해 과세하는 의제증여 과세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보다 객관적인 비상장 주식의 가격판정을 위해 ▶상장가능성▶상장시 추정가격▶위험정도 및 기회비용 등도 함께 따지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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