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린이 노예선'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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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노예로 의심되는 어린이 약 2백50명을 태운 선박이 적도기니 부근 해상에서 발견돼 어린이 노예노동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아프리카 베냉의 라마투 바바무사 사회보호장관은 16일 "밀거래 대상으로 추정되는 어린이 2백50명을 태운 나이지리아 국적 선박이 해상에서 연락이 두절된 지 이틀 만에 발견됐다" 고 밝혔다.

이 배는 3주 전 베냉과 이웃 토고 출신 어린이들을 태우고 코투누항에서 출발해 가봉과 카메룬에 입항하려 했으나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하자 약 2천㎞를 떠돈 뒤 14일 오후 코투누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바바무사 사회보호장관은 이날 AFP 통신에 "문제의 선박은 (적도기니 수도인) 말라보 근처에서 목격됐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모든 항구에 경보가 발령돼 있다" 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베냉 정부는 이 배가 입항하면 밀거래 여부를 확인한 뒤 어린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코투누에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또 베냉 정부는 선박 운영자인 가봉 사업가 스테네슬라스 아바탄을 아동 밀거래 용의자로 지목하고 베냉에 있는 공범 두 명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유니세프는 이번 사건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여전히 어린이 밀거래가 성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유엔노동기구(ILO).유니세프 등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베냉.부르키나파소.카메룬.코트디부아르.가봉.토고 등 서아프리카 지역과 앙골라.수단.차드.소말리아 등 중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어린이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 밀거래의 전체적인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베냉에서만 한해 1천명 이상의 소녀들이 가봉으로 팔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거래 업자들은 15~30달러를 부모에게 주고 어린이를 데려가 아프리카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하인으로 일하도록 넘기거나 코코아.커피 농장 등에 팔아 강제 노역을 시키고 있다.

거래되는 어린이들은 주로 9~12세며 중동과 유럽으로 넘겨지기도 한다. 한편 ILO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5~14세 어린이의 25%(아프리카에서는 40%)가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서는 어린이 2억5천만명이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으며 이들 중 1억2천만명은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종일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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