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배우세상 '칼맨' 배우 이름만으로도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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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서울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극단 배우세상이 공연하고 있는 연극 '칼맨' . 김태수 작, 윤우영 연출에다 조상건.최일화.조재현.김선화.김갑수 등 출연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오페라 '카르멘' 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그게 아니다. 칼(刀)을 쓰는 사람(man). 사람들의 반목과 용서, 화합과 사랑을 상징적인 '칼' 에 빗대 풀어낸 이야기다.

무대는 서울 변두리의 한 정육점. 칼 다루는 솜씨가 남다른 정육점 주인 우두철과 자폐증에 걸린 그의 딸, 그리고 이웃들이 나온다.

여동생을 죽인 폭력배 두목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병태와 친구의 배신으로 부도가 난 사업가 춘삼, 뮤지컬 주역을 꿈꾸는 밤무대 가수 도미가 그들. 이들은 각각의 아픔과 증오를 맞대고 살다가 화해와 용서를 하는 따뜻한 결말을 맺는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칼을 하나씩 품고 있다. 자기 가슴을 향해 날을 세우면 미래가 있지만 남을 향해 날을 세우는 사람은 몰락한다" 는 주인공 우두철의 대사가 이 작품의 메시지다. 작가는 정육점 주인이 소유한 '천검' 이라는 칼을 등장시켜 어려움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소시민들의 양심과 정의감을 상징하고 있다.

작가 김태수는 그간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서울열목어' '홍어' '꽃마차는 달려간다' 등 주로 서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스토리를 서민들의 낙천적인 대사로 인간미 넘치게 그려내는 데 특장이 있다.

이런 그의 재주는 '칼맨' 에서도 십분 발휘됐다. 비교적 평이한 줄거리인데도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극의 흐름 덕에 두시간이 넘는 공연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혈도.초식.경공술 등 군데군데 무협지에서 따온 용어와 배우들의 경쾌한 연기는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낸다.

단체관객 등으로 매진되는 경우가 있으니 전화예매를 해두는 편이 낫다. 우두철 역의 조상건.최일화 외에 조재현.최일화.이금주.이한위.정종섭.김갑수.김선화 등 15명의 배우들이 교대로 출연한다. 7월1일까지. 오후 7시30분, 토.일.공휴일 4시.7시. 월요일 쉼. 02-987-4829.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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