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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투 셰프-한식으로 세계를 요리하라 ② 풍성한 상차림보다 풍부한 코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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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정리=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이성준(인천하얏트리젠시호텔) 셰프
달콤한 호박범벅, 외국인도 반하겠죠

몇 년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미국인 친구를 만났는데 감기가 심하게 들어 고생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맑은 닭고기 수프를 끓여 냈다. 이들은 몸이 아플 때 보양식으로 이 정도만 먹는다고 했다. 뭔가 허전하고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 비하면 한식은 그야말로 건강식·보양식이 풍부하다. 뜨끈뜨끈한 국물을 이용한 음식, 몸에 좋은 재료를 이용한 음식 등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네 건강식으로 외국인들에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 봄이긴 하지만 추웠다 더웠다 변덕스럽다. 그야말로 보양식이 필요한 때다. 외국인 친구들은 의외로 죽을 좋아한다. 죽을 잘 이용하면 외국인에게도 통하는 건강식으로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음식 중에 호박범벅이 있다. 범벅도 죽의 일종이다.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외국인의 입맛에 맞춰 호박범벅으로 라비올리를 만들었다.

범벅은 겨울철 견과류와 함께 끓여 먹는 무거운 죽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콩을 섞었다. 소스는 마스카포테 치즈를 크림에 녹인 가벼운 소스에 콩과 단호박을 섞어 부드러움을 더했다. 느끼함을 덜기 위해 무화과 처트니를 곁들었다.

[만드는 법]

호박 범벅 라비올리와 무화과 처트니

1 검은 콩·팥·고구마·밤을 삶고, 단호박도 삶아서 으깬 뒤 꿀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2 밀가루와 대추를 섞어 반죽해 라비올리 피를 만들고 ①을 소로 넣는다. 3 준비한 호박과 콩에 크림과 마스카포네 치즈를 섞어 라비올리 소스를 만든다. 4 무화과는 물에 불린 뒤 와인에 설탕·식초·계피를 넣고 졸인다.

호박 라자냐와 인삼 흑마늘 샐러드

1 계란 물에 애호박을 넣어 믹서에 갈고, 이 물로 밀가루를 반죽한다. 반죽할 때 소금을 약간 넣는다. 2 당근·새송이버섯·애호박·쇠고기를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참기름에 볶는다. 3 라자냐 면을 삶아서 맨밑에 깔고 ②와 면을 층층이 쌓는다. 4 인삼은 채치고 흑마늘은 저미고, 오이는 세로로 길게 자른다. 재료를 섞은 뒤 유자·꿀로 만든 드레싱을 뿌린다.

정종언(밀레니엄힐튼호텔) 셰프
된장 페스토로 낸 한국의 맛 … 짠맛은 뺐죠

한식은 추억이 깃든 음식이다. 셰프에게 맛과 정성, 요리 실력은 기본이다. 여기에 하나 더! 음식에 얽힌 자신만의 추억이 필요하다. 소박하지만 흔하지 않은 한식을 만드는 해답은 어릴 적 먹었던 ‘엄마의 손맛’에 있다. 된장·고추장 등 한식의 ‘깊은 맛’에는 그 음식과 함께 세월을 보낸 이들의 추억이 담겼다. 맛과 함께 스토리가 먹는 이들에게 전달된다면 한식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음식이 될 것이다.

전라도가 고향이라 어릴 적부터 별별 음식을 집에서 모두 만들어 먹었다. 찐고구마를 말리기도 하고 깨탕을 끓여먹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혀끝에 각인된 아련한 기억 속의 맛이 손끝으로 재탄생하는 건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준 세끼 식사 때문이다. 우리네 일상의 식생활이 결과적으로는 요리 교육이 된 셈이다. 이번 요리는 기본적으로는 한식의 조리법을 그대로 따랐다. 건나물·된장·매생이 같은 우리 고유의 재료로 만들어 토속적이고 한국적인 맛을 살리려 했다. 된장도 고유의 것을 썼다. 단지 지나친 짠맛을 없애기 위해 잣을 넣었다. 방식은 한국적인 것이지만 요리명은 외국인이 익숙한 요리의 명칭을 이용했다.

[만드는 법]

건나물 샐러드와 시래기 된장 페스토

●건나물 샐러드

1 뜨거운 물에 불린 뒤 삶은 건나물(호박고지·건가지·건고사리)을 헹군 뒤 올리브 오일, 다진 마늘, 소금과 함께 넣어 손으로 버무린다 2 팬에 나물을 볶다가 들기름을 넣어 마무리한다.

●시래기 된장 페스토

1 뜨거운 물에 불린 뒤 삶은 시래기의 물기를 뺀 뒤 멸치가루·표고가루·된장·쌀가루를 넣고 손으로 버무린다. 2 냄비에 양념된 시래기와 육수를 붓고 끓여 식힌 후 시래기와 잣을 넣고 믹서에 간다. → 샐러드를 먼저 담고 옆에 페스토를 둘러준다. 먹을 때 섞도록 한다.

생강향의 매생이 국수와 굴 카푸치노

●매생이 국수

1 매생이는 생강즙과 무·통마늘·다시마를 넣어 우려낸 육수에 넣어 곱게 간다. 2 밀가루·계란·소금·매생이를 반죽해 랩으로 봉한 후 냉장고에 30분간 보관한다. 3 반죽을 1㎜ 두께로 얇게 민 뒤 밀가루를 뿌려가며 4~5번 접어 3㎜ 간격으로 썰어 삶는다.

●굴 카푸치노

1 팬에 버터를 넣고 다진 양파를 약한 불에 볶는다. 2 굴을 넣고 1분간 볶다가 와인을 넣어 졸인다. 3 마지막으로 크림과 우유를 넣고 살짝 끓여 소금과 후추로 마무리하고 핸드믹서로 거품을 낸다. → 매생이 국수 위에 굴 카푸치노를 얹어 낸다.

남정석(임피리얼팰리스호텔) 셰프
막걸리·산삼주·모주 썼어요, 와인 느낌 나게요

우리나라 특산물과 전통조리법은 남기고, 음식의 구성은 바꿀 필요가 있다. 밥과 국에 많은 수의 반찬이 딸려 나오는 한상 차림은 한식 세계화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남는 음식이 많은 건 한식의 최대 약점이다. 음식의 양을 줄이고, 코스화해야 한다. 그리고 요리마다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도록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요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에 포인트를 두는 방식을 제안한다. 외국 레스토랑에는 디저트 메뉴가 따로 준비돼 있다. 유명한 레스토랑의 경우 한 코스에 디저트만 5가지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보기 좋고 먹기 좋은 한식 디저트를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요리는 한식을 세 코스로 나누고 전통주를 매치했다. 서양 요리에는 코스마다 와인이 따로 나온다. 에피타이저는 요즘 트렌드인 막걸리, 메인에는 산삼주, 디저트는 모주를 곁들였다. 모주는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고 푹 끓여 알코올은 날아가고 향취가 풍부한 술이다. 디저트는 외국인이 좋아하는 티라미수 케이크에 팥과 볶은 콩가루를 이용해 인절미 느낌을 나게 했다. 이 티라미수는 예전에 뉴질랜드에서 근무할 때 개발했는데 외국인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만드는 법]

애피타이저│한식 타파스와 막걸리

1 해물파전을 노릇하게 부친 후 데친 새우와 함께 꼬치로 꽂는다. 2 도토리묵은 얇게 채 썰어 양념한다. 3 두부를 정육면체로 자르고 쑥갓을 넣은 계란물을 묻혀 부친 뒤 볶은 김치와 데친 굴을 곁들인다.

메인│한우 안심 맥적, 게장 쌈밥과 산삼주

1 안동 한우 안심을 된장·달래로 양념해 숯불에 굽는다. 2 영덕 대게 게장을 양념한 밥을 싼다. 3 구운 마 위에 고기를 올리고, 마늘·생크림·타임을 넣어 약한 불에 서서히 익힌다.

디저트│팥 티라미수, 홍시 파르페와 모주

1 티라미수 크림 사이에 통단팥을 넣고, 위에 볶은 콩가루를 뿌린다. 2 홍시에 요거트·조청·레몬즙을 넣어 파르페를 만들고 블루베리잼과 과일로 장식한다.

이상훈(르네상스서울호텔) 셰프
외국인은 끈적임 싫어해 … 곶감 얼려 내놨죠

일본은 일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우선 요리사를 프랑스에 보냈다. 세계의 식습관과 음식문화를 이해해야만 한식의 세계화도 가능하다. 한식의 기본을 잃지 않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재료가 다채롭고 조리법이 독특한 한식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하다고 외국인이 거부감을 갖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잘못이다. 보수적인 마음가짐을 버리고 먹는 이의 입장에서 요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요리보다 음식을 내놓는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외국인에게 친숙해질 수 있다. 국 대신 소스를 곁들이는 식이다.

코다리찜과 아욱쌈밥을 준비했다. 요리법은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 싫어하는 국물을 빼고 내용물만 담았다. 소스에는 오렌지 껍질을 넣어 상큼함을 더했다. 골드 비트를 갈아 넣어 강한 양념 맛을 중화시켰다.

디저트로는 수정과와 반 말린 곶감을 내놓았다. 외국인은 끈적이는 질감을 싫어한다. 전에 강정과 떡을 디저트로 대접한 적이 있다. 질겁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끈적이는 곶감도 적당히 얼리면 외국인도 쉽게 손이 가는 좋은 디저트가 된다.

[만드는 법]

코다리찜과 아욱쌈밥

●코다리찜

1 코다리 한 마리와 무·단호박을 적당히 썰어 양념장(물·간장·고춧가루·다진 마늘·다진 실파·다진 생강·깨소금·참기름)을 붓고 반쯤 익으면 밤·미나리·소합·새우 등을 넣고 끓인다. 2 ①을 접시에 담고 남은 국물에 오렌지 껍질을 잘라 넣고 소스를 만든다.

●아욱쌈밥

1 팬에 마늘을 볶아 건지고 밥을 넣어 볶는다. 2 ①에 마늘 볶은 것을 넣고 섞은 뒤 소금간을 해 아욱 잎으로 싼다. 3 보기 좋게 자르고 된장소스(된장·꿀·각종 야채·양념한 쇠고기·마요네즈)를 뿌린 뒤 어린 싹을 올린다.

수정과와 반건 곶감

1 곶감을 반으로 갈라 꿀에 재운 호두를 넣고 만 뒤 냉동한다. 2 한라봉 즙에 설탕을 넣고 졸이다 버터를 조금 넣고 녹여서 소스를 만들어 살짝 얼린 곶감에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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