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는 보-혁갈등 '요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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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일 오전 국회 본청 한나라당 기자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가 "누가 김원웅(金元雄)의원을 당에서 퇴출시키려 한다" 고 소리쳤다.

요즘 한나라당 내의 '보.혁(保.革)논쟁이 기자실까지 옮겨온 것이다. 최근 김원웅 의원은 김용갑(金容甲)의원 등 당내 보수 중진들이 보안법 개정 반대 모임을 만들려고 하자 '수구세력' '독버섯' 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그러자 김용갑 의원이 "당의 화합을 흐트러뜨린다" 며 金의원의 징계를 요구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이 장면에 대해 총재실 관계자는 "너나 할 것 없이 튀어보려는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 이라고 씁쓸해 했다. 그는 "당내에 이념 갈등, 세력 다툼, 李총재를 향한 도전 등 튈 소재가 다양하다" 고 말했다.

실제 李부총재.김원웅 의원과 김용갑 의원은 한나라당의 넓은 이념 스펙트럼의 양끝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李부총재와 김원웅 의원은 '개혁 성향' 임을 자임하고 있다. 이와 함께 李부총재는 김덕룡(金德龍).손학규(孫鶴圭)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개헌론 주변엔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서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탓인지 당 지도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기배(金杞培)총장은 김원웅 의원에게 "홈페이지에 비난하는 글을 올렸으니 사과의 글도 올리는 게 좋겠다" 고 권고했다.

그러나 金의원은 "공개사과는 할 수 없다" 며 거부했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李총재의 당 장악력에 이상이 온 것 아니냐" 는 관측도 나왔다. 李총재 측근은 "이념 문제 등은 대선 막바지까지 관리해야 할 대목" 이라고 털어놨다.

정작 李총재는 기자들에게 "큰 집이라 바람 잘 날 없지…잘 될거요" 라고 겉으론 가볍게 넘겼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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