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부산 '사투리 사랑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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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꺼시럼(그스름) ·가리 너까이(때 늦게) ·꼬라보다(째려보다) ·얼추(거의)….

사투리는 고향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고향사람이라는 표시는 바로 그 지역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투리로 드러난다.

'부산 사투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부산지역의 사투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투리를 발굴하고 있다. 1997년 6월부터다.

회장인 안태봉(安泰奉)시인,차한수(車漢洙)동아대 교수, 강영환(姜永煥)부산교단문학회 회장 등 부산지역의 문인 ·교수 등 20여 명이 "사라져 가는 우리 고장의 사투리를 보전하자" 며 결성했다.

두 명이 한조를 이뤄 부산지역 토박이들이 많이 사는 동래구와 사하구 다대포 ·하단 지역 등을 훑었다.

녹음기를 어깨에 메고 3대 이상 부산지역에 살아 온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투리를 녹취했다.시장바닥을 돌며 손자·아들 이야기 등을 물으면 노인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사투리가 술술 흘러나왔다.

대형 녹음기를 어깨에 메고 철조망이 쳐진 다대포 해안가를 돌아다닐 때는 간첩으로 오인돼 주민 신고로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다.

이같은 발품을 판 끝에 4년간 녹취한 테이프가 60분짜리 3백여개. 이 성과는 사투리 모음집에 담겨있다.

지난해 10월 발간한 사투리 모음 1집은 1백44쪽 분량에 부산지역 사투리 1천3백여개를 수록했다.두달 뒤엔 3백여개를 더 보충해 사투리 모음 2집도 내놓았다.

사투리마다 명사·부사 등 품사명을 적고 표준말을 붙여놓았다.예를 들면 꺼터머리-명-맨끝,성걸다-동-짜르다,째비다-동-훔치다 등이다.

같은 부산지역 사투리이면서도 발음이 다른 말은 구분해 표기했다.토막은 동래에서는 동가리,다대포에서는 똥가리로 발음됐고 돌멩이는 동래에서는 돌매이, 다대포에서는 돌빼이였다.

뜻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는 사투리는 용례를 첨가했다. '기중'이라는 사투리에 대해 부사라는 뜻의 '부'와 표준말인 '제일'을 표기하 '니가 기중 낫더라'라는 용례를 적어놓았다.

이들은 올해 말엔 사투리 용례 3백30여개를 모은 용례집 발간도 준비중이다.

이와함께 부산과 서부 경남지역의 사투리를 구분하는 작업을 벌인뒤 부산사투리 사전과 한국사투리 모음집도 펴낼 계획이다.

安회장(51)은 "부산지역 특유의 사투리가 사라지기 전에 체계적으로 정립해 두자는 생각에 사투리를 수집 ·정리에 나서게 됐다"며 "사투리를 사용하자는게 아니라 좀 더 여유롭고 인정있는 생활을 위해 사투리를 보전하자고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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