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유럽의 무역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서로 반덤핑 관세를 물리는 ‘재래전’의 양상을 넘어섰다. 핵심은 중국과 미국의 성장 전략 수정이다. 중국에 대한 서구의 압박은 중국이 생산 기지에서 소비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다. 세계의 소비 시장 역할을 했던 미국은 이제 수출을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입장에 따라 한쪽에선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면 세계 경제위기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다른 쪽에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 문제가 눈엣가시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268억 달러에 이른다. 문제를 푸는 방법은 결국 환율 조정이다. 품질이나 서비스를 통한 시장 점유율 변화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높이고, 무역 흐름을 단번에 바꾼 경험이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중국의 환율 정책이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며 “위안화가 절상되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알아서 할 테니 정치적 압박으로 문제를 풀지 말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수출에서 소비로 성장 동력을 바꾸기엔 아직 위험 부담이 많다고 여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4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그는 “중국은 지난해 위기 와중에 미국과 유럽에 구매단을 파견해 수입을 늘렸다”고 말했다.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유럽도 미국에 대해 각을 세웠다. 유럽 항공업체들이 미국 국방부의 노골적인 보잉 지원을 이유로 미국 공군의 차세대 공중 급유기 입찰을 포기한 게 계기가 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은 보호주의의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우리는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을 믿고 있으며 열린 경쟁을 믿고 있다”고 거들었다.
김영훈 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