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이삼우씨의 토종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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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거나 싹을 틔운 식물을 대할 때마다 식물의 순수성과 정직성 등 위대한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됩니다. "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덕성리 기청산(箕靑山)식물원의 이삼우(李森友.61.사진)원장. 그는 외래종을 골라 내고 우리 꽃과 나무로 가득한 푸른 산을 가꾸는 데 일생을 바쳐왔다.

서울대 농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고향 덕성리에 정착한 것이 1964년. 교편을 잡은 뒤 아버지의 땅에 임대료를 주고 감자.수박.참외농사, 사과 과수원을 시작했다.

억척같이 일을 해 2년 만에 농지 7천평에 기청산 농원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과수보다 산천에 흩어져 있는 고유의 풀꽃과 나무에 더 쏠렸다. 점차 과수원을 줄이는 대신 포항.경주의 향토수종을 찾아 옮겨심거나 씨앗을 받아 기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모감주나무. 봄철에 금빛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의 묘목단지를 만들어가로수.조경용 등으로 판매하거나 무상보급했다.

이팝.층층.떼죽.오갈피.참느릅.말채나무 등도 마찬가지. 외래종에 빠져 있던 조경업에 '우리 것' 을 도입한 것.

태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부서지고 묘목이 날아가 난장판이 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기를 20여년. 91년 8㏊로 늘어난 농원에는 초화(풀꽃)류 6백여 종과 목본류 5백여 종으로 가득 찼다. 농원에서 식물원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식물원을 운영하며 포항.경주 노거수회를 창립하고 한국식물원협회 3, 4대 회장을 맡아 우리 풀과 나무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의 활동에 감동한 한 대학 후배는 아예 그의 사위(36)가 돼 식물원내 한국생태조경연구소를 운영하며 뒤를 잇고 있다. 요즘 그는 더 바빠졌다.

2년 뒤쯤 일반에 완전 개방하기 위한 산책로 정비, 식물명찰달기, 종자보관소.교육회관 건립, 지역식물상 조사 일로 눈코뜰새없다. 올들어서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일반인들을 후원회에 가입시켜 식물교육을 하고 관련 정보와 묘목도 제공한다.

포항〓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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