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6년엔 22달러선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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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유가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2006년부터는 배럴당 22달러쯤으로 크게 낮아진 뒤 차츰 안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6일(현지시간) '세계에너지 전망 2004' 보고서를 통해 주요 산유국가의 정정 불안과 원유 생산비 증가로 당분간 고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2006년 배럴당 22달러쯤으로 급격히 안정세를 찾은 뒤 2010년 배럴당 27달러, 2020년 31달러, 2030년 34달러로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까지 15년 동안 평균 WTI 실질가격은 배럴당 20달러 이하였다. IEA의 이 같은 장기 유가전망은 민간 석유회사들의 전망치(20달러대)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IEA는 현재 50달러를 웃도는 원유가격이 2006년부터는 일단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정치적으로 불안한 산유국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앞으로도 심화할 것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 현재의 고유가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클로드 만딜 IEA 사무총장은 "현재의 고유가는 투기적 투자자와 추가 생산여력 부족,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난방유 수요 급증 우려 등이 원인"이라면서 "생산 능력이 어느 정도 확충되는 2006년부터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IEA는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에 대한 원유 수입국들의 의존도가 커짐에 따라 앞으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OPEC의 시장 점유율은 2002년 37%에서 2030년 5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세계 원유 수요는 2030년이면 올해보다 60%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의 하루 석유 수요량은 매년 1.6%씩 증가해 2002년 7700만 배럴에서 2030년 1억2100만 배럴로 증가하고, 중국 등 주요 개발도상국이 수요 증가 요인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해 2030년까지 유정.송유관 등 정유시설에 3조달러의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만딜 사무총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있어 시급하고 결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유시설에서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WTI 가격은 겨울철 난방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또다시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섰다.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63센트 오른 배럴당 55.17달러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 22일 사상 최고가와 같은 수준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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